되풀이되는 ‘청년 취업의 슬픈 자화상’

김기연 / 2015-08-14 10:55:19
[기자수첩] 편집국 김기연 기자


‘캥거루족’. 우리나라가 IMF관리체제 아래 있던 시절 대학가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다. 당시 심각한 취업난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휴학이나 해외연수 등의 방법으로 가급적 학생 신분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거나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한 채 계속 부모 신세를 지고 있는 젊은이들을 총칭해 캥거루족이라고 불렀다. 대다수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취업자수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취업이 어려워지자 경제력을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취업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은 임금과 복지수준에서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IMF구제금융을 받은 시기가 1997년 12월. IMF구제금융을 모두 갚은 2001년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우리 대학생들의 취업은 IMF시기만큼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이 13일 ‘캥거루족의 실태와 과제’ 자료를 공개했다. 직능원이 2010년과 2011년 대졸자 1만7376명을 조사한 결과 대졸자 중 51.1%가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동거하면서 용돈을 받는 대졸자가 10.5%, 부모와 동거는 하지만 용돈을 받지 않는 대졸자는 35.2%, 부모와 따로 살지만 용돈을 받는 대졸자가 5.4%였다. 특히 기혼 대졸자 중에서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이 14.0%에 달했다.


캥거루족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암울한 청년 취업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은 데에는 취업의 기회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취업의 질’이 낮다는 이유도 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고도 취업에 성공한 일자리의 ‘질’이 높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부모의 도움을 받는다. 이직률은 높아지고 기업과 취업자 모두에게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이번 직능원의 조사에서 캥거루족의 47.6%만이 정규직 취업자였고 34.6%는 비취업자, 14.7%는 임시직 취업자였다. 직능원도 취업에 성공하고서도 캥거루족으로 사는 것에 대해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취업이 과거보다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청년 실업의 해결책의 큰 줄기로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실제 대학에서부터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많지만 실제 창업에 성공하는 사례는 평균적으로 15%를 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신규창업자 99만명 중 84만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의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은 청년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고 창업 또한 선택할 수 없는 청년들은 다시 부모의 품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인 셈이다.


청년 실업률 증가의 원인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혹자들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고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한다”고 비판한다.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때만 해도 심리학자들은 ‘청년들이 어른으로서 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을 피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청년들은 “월급 120만원을 받으면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언론기사를 다루는 입장에서 틀에 박힌 의견과 누구나 알고 있는 해결책을 앵무새 이야기하듯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청년 실업 문제에서만큼은 뚜렷하고도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관계기관과 청년들, 대학, 국민들이 서로 한발자국씩 양보하고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들은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찾되 도전정신을 잊지 말길 바란다. 대학은 현실적이고도 내실 있는 취업 및 창업교육을 펼치고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정책의 방향과 세부방침을 정해야 한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쓰는 표현인 ‘청년 취업의 슬픈 자화상’. 이 말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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