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저널>은 최근 국내 주요 대학들의 관심사인 RC 도입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입되는 게 옳은지 전문가인 Real SAT 권순후 대표 인터뷰를 통해 긴급 점검해본다.(※Real SAT는 국내에 해외 명문대학을 소개하는 어학원으로 미국 명문대 입학사정관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권순후 대표는 해외 선진 대학교육 문화를 알리기 위한 기고를 주요 매체에 제공하고 있다.)
<대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권 대표는 현재 국내 대학들은 RC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인 ‘다양성’ 보다는, 하드웨어에 더 치중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 명문대학은 미국 내 50개 주는 물론 전 세계의 우수한 신입생이 입학하므로 기숙사 생활이 불가피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토론 문화가 정착해 있으며 의도적으로 다양한 지원자를 선발해 지적 교류와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RC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동일한 환경이 아니므로 굳이 앞다퉈 RC 도입을 모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새 제도를 도입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최근 국내 주요 대학들이 RC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 대학가에는 처음 도입되는 시스템이고 주요 대학들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선 'Residential College'를 국내에서는 '기숙형 대학' 등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던 개념을 번역하면서 나온 잘못된 표현입니다. 보다 정확한 개념 이해와 명칭이 필요합니다.
Residential College의 기본적인 목적은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이 식당에서도, 기숙사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이어지고, 주말에도 언제든지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강의실 밖에서의 교육 환경'을 갖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대학의 RC 도입 계획을 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의미로 변질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Residential College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양성'인데, 이런 요소가 채워지지 않은 채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치중하는 것 같아 도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Q. RC에 대해 대학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학생들은 우려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문화를 고려할 때 RC 도입이 적절하다고 보시는지요.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은 첫째, 대규모 대학 커뮤니티를 기숙사(college)에 따라 작은 커뮤니티로 세분화해 작은 규모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네트워크, 의견교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둘째, 전교생 기숙사 생활로 재학생의 물리적 접촉 시간을 늘려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미국은 매우 큰 나라이고, 토론식 수업을 강조하며,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성숙한 토론 문화가 정착됐습니다. 또한 재학생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강의실 안에서 다뤄지는 지식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교수진의 학부 수업 참여 비중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런 교육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체로 명문대학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수도권 교통이 매우 발달하여 굳이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대학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대부분 성적 등 '숫자'를 바탕으로 ‘기계화’ 된 신입생 선발과정을 거치므로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선·후배 문화, 음주 문화 등 우리나라의 대학 문화를 고려하면 Residential College 도입 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철저히 지켜지지는 않지만, 미국은 만 17~18세에 대학에 입학하고 만 21세부터 음주가 허용됩니다.
일부 대학은 해외의 명문대학에서 교환학생을 받아들여 다양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대부분 동남아 학생들이 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각종 장학금 혜택과 교육의 질 자체를 높여 해외의 우수한 지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국제학부에서도 완벽한 영어 강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을 도입해도 그 기능이 완전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명문대의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도 대학 소재지에 거주하는 재학생들은 통학을 허용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대학처럼 지방 출신, 통학 가능한 재학생이 함께 공부 한다면 굳이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많은 투자를 통해서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다른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 언급한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는 전교생을 수용할 기숙사 시설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저 전교생을 기숙사에서 강제적으로 살게 할 뿐, 30~40분 거리의 집에서 통학하는 것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대로 지역거점 국립대학은 단어 그대로 해당 지역의 학생들이 대부분 재학하므로 역시 다양성 측면에서 Residential College 도입의 효과를 그리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런 효과는 영남 학생, 호남 학생, 서울 학생들이 서로 편견 없이 서로를 인정하며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재학생들이 우수하며,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미국 명문대들은 학업 성적이 최우수가 아니라도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으면 선발하기도 하며 지역에 따른 정원의 배분도 일정 부분 고려합니다. 결국 문제는 다양성에 얼마나 가치를 두느냐에 있습니다.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은 최초 영국의 몇몇 대학에서 시작된 시스템이지만, 당시는 교통수단 때문에 영국처럼 작은 나라에서도 효과적인 교육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RC 도입에 따라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국내 대학에서는 민자 기숙사를 지으며 그 비용 부담을 재학생들이 지게 됨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충분한 투자 없이는 Residential College 도입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가 없을 텐데, 투자는 학교와 학생이 모두 해야 할 것이며, 하드웨어(기숙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하드웨어를 100%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교육환경, 분위기,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 등) 에도 함께 투자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충분한 분위기 조성 없이는 시기상조일 수 있고 하드웨어만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잘못하면 치킨 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언제든 기숙사에서 술판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유를 통제하는 것은 역시 Residential College 제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위기의 성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투자,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소프트웨어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새 제도를 도입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시도에서는 앞으로도 언제든 분위기가 성숙하게 되면 그 가치를 충분히 할 것으로 봅니다. 누군가 계속 화두를 던지고 새로운 교육을 소개해야 할 것이며, 교육 환경의 발전을 위해 이런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선진국 학생들과 함께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면 본 목적 달성에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해외 명문대 재학생과 우수한 외국인 지원자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합니다."
Q. RC처럼 선진국의 대학 문화를 도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자동차를 만들 때는 엔진, 미션, 프레임, 휠, 타이어 등 다양한 부품이 조합되어 완성됩니다. 하다못해 햄버거 하나가 만들어질 때도 빵(Bun), 양상추, 패티, 토마토, 소스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지요. 선진국 대학 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만들어졌고 어느 한 가지 요소 때문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특정 교육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부적인 이해, 인과관계에 대한 생각이 없이 어느 한 면만을 보고 단편적으로 도입하는 조급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 가지 면을 도입 하더라도 그에 직접적인 요소만을 볼 것이 아니라,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sidential College를 놓고 보더라도 전교생을 기숙사에 몰아 넣으면 물리적으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서로에게 배우고 토론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입을 고려할 것이 아닙니다. 재학생들의 합리적 토론 수준을 끌어올리는 신입생 세미나 클래스, 언제든 어떤 주제로도 편견 없이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 교수진의 학부 클래스 전담 비중, 동료학생의 교과/비교과 협력 시스템(peer tutoring program) 등 수많은 요소의 조합으로 Residential College의 본 목적이 달성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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