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가 다시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원인이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포함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검정 심의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 보수 성향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를 통해 우편향 논란이 촉발됐다. 즉 진보 진영에서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일제 식민사관, 이승만 영웅화, 박정희 띄우기'의 경향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교학사 출판사는 5·16 군사정변을 정변으로 규정은 했지만 미화하는 평가로 정확한 역사적 평가가 불가하도록 물타기를 했다"면서 "가령 '5·16 군사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라고 기술하는 방식으로 5·16 전반에 대한 긍정과 인정, 지지의 입장을 주로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이 교과서는 노태우 대통령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평가를 하면서 대단히 편파적인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다"며 "'노태우 정권은 서울올림픽을 개최해 국위를 선양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50클럽에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긍정 평가가 주를 이루고 비판적 기술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기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주로 기술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서 298건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연합국은 카이로 선언(1943)으로 일본에게 항복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부하였다'(238쪽)고 기술한 부분에서 '카이로 선언'의 경우 '포츠담 선언'으로 잘못 알고 썼다는 지적이다.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맹공이 펼쳐지자 보수진영의 반격도 본격화됐다. 전직 교육부 장관과 원로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역사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교학사 교과서를 향한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주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주도한 '근현대 역사교실' 초청 강연에서 "학계는 물론 교육·언론·문화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좌파가 이미 절대적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확산되자 결국 교육부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 의사를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합격 발표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대상으로 10월 말까지 수정·보완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검정 심사기간 확대와 검정 심의위원 보강 등 교과서 검정심사 제도 개선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학사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와 관련 양진오 교학사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출판하지 않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도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촉발된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교육부와 교학사가 직접 나서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바로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 교과서가 이념의 스펙트럼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우편향에 대해 진보진영이 강력하게 반발한 사례다. 이에 보수진영 측에서는 오히랴 그동안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즉 보수의 시각과 진보의 시각에 따라 서로의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든, 진보든 역사 교과서를 자신들의 이념으로 재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역사 교과서는 철저하게 사실에 의해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기술돼야 한다.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는 것이 기본이며 잘못 기술된 내용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가 이념의 잣대에 지배당하는 현실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역사 교과서 집필진의 형평성 있는 구성과 검정심의위원회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심사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 보완과 함께 교과서 검정심사 제도 개선방안도 재검토키로 했다. 이번 기회에 역사 교과서가 다시는 이념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확실한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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