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사태 누가 키웠나"

정성민 / 2013-06-14 09:27:52
속속 드러나는 국제중 부정·비리, '귀족심리'가 빚은 참극</br>서울시교육청 개선안 발표했지만 오히려 여론 '시끌'

국제중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각종 부정·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입학 장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반발여론은 확산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국제중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제중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특성화중학교)에 따라 지정된 '교육과정의 운영 등을 특성화하기 위한 중학교'의 하나다. 즉 '국제', '체육', '예술', '대안교육', '기타(복지)' 등 특성화중학교의 분야는 다양하며 국제중은 '국제' 분야로 교육과정 등을 특성화, 운영하도록 지정된 특성화중학교다. 또한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제중은 일반중에 비해 학생선발과 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차이가 있다. 국제중은 필기시험 이외의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면서 "국제중은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로 지정돼 있어 이에 따라 수업시수(연간 총 3366시간)의 20%를 증감할 수 있고, 일부 교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중의 시초는 1999년 공립으로 출범한 부산국제중이다. 이후 청심국제중(사립)이 2005년 설립됐고 2008년 대원국제중(사립)과 영훈국제중(사립)이 설립돼 현재 국제중은 총 4곳이다. 그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은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다.


사실 국제중은 국제 분야를 특성화함으로써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영훈국제중의 경우 "따뜻한 마음과 창의적 지혜를 겸비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교육목표를 세우고 국내에서 선진 명문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을 실현하고 있는 학교"라고 소개하고 있다.


▶영훈국제중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하지만 문제는 국제중의 귀족학교화다. 즉 국제중은 학교 운영의 자율성과 영어교육 등에 있어 분명 일반 중학교와 차별화된다. 등록금 역시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국제중→특목고 또는 자율형사립고→명문대 또는 외국대학 진학'이라는 엘리트 코스가 존재한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사회 상류층 인사들의 구미를 만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자 국제중은 어느덧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사회 상류층 인사들의 자녀가 입학하는 귀족학교가 돼버렸다.


사실 지금의 국제중 논란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학생선발이 이뤄졌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선발 과정에서 입학 부정 실체가 속속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국제중은 검찰 수사 대상에까지 오르며 폐지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훈국제중의 비경제적 배려대상자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일부가 학교발전기금 기부자와 친·인척 관계이며, 이들이 낸 기부금은 많게는 3000만 원에서 적게는 1000만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 의원은 "학교발전기금을 기부한 학생들의 선발전형 점수 집계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교과 성적이 하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 혹은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아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볼 때 국제중 사태의 책임은 귀족학교화를 부추긴 국제중 스스로와 '내 자식은 평범한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귀족심리에 취한 일부 사회 상류층 인사들에 있다. 입학 부정은 결국 귀족리그에 합류하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겠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국제중은 이를 이용, 일명 학생 장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도 지적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제중에 대한 반발과 비판은 당연한 현상이다. 학부모 한 모씨는 "최근 국제중 사태를 보면 부모들의 욕심이 만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멀리 봤을 때 부모들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관심사나 선택과 상관이 없이 진로가 결정되는 아이들이 과연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어른들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고등학교 박 모 교사는 "사회를 배려해야 할 사회지도층이 사회로부터 배려를 받으려는 모습이 이번 국제중 사태에서 지켜본 씁쓸한 현실이었다"며 "국제중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입학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갑을 관계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저절로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국제중 폐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특목고를 만든 것도 모자라서, 중학교 때부터 귀족학교를 만들어 계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기득권층의 농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돈과 뒷배경이 없는 애들은 실력이 있어도 못 들어가게끔 하는 국제중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인지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입생 전원 추첨 선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개선안은 발표 즉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육단체들의 비판을 불러왔다. 국제중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더욱 강도높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각종 부정과 비리가 불거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국제중. 국제중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국제중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국제중 사태 해결로 교육개혁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동취재-정성민 차장, 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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