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교권침해로 무너진 학교"

부미현 / 2013-03-06 10:24:26
[긴급점검 대한민국의 교육계는 지금]학교폭력으로 자살, 불법 촌지 '여전'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안고 들어선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점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배움의 즐거움으로 가득해야 할 학교 현장에선 지난 몇 년 간 '일진', '빵셔틀', '교권침해'라는 말이 줄곧 따라다녔다. 폭력이 만성화돼 가는 학교를 교육의 장으로 돌려놓을 새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간 지난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같은 해 대구 여고생 자살사건 등에서는 심각한 학교폭력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숨진 대구 중학생의 경우 같은 반 학우들이 수시로 용돈을 빼앗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게 하는 등의 부당한 일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 가기가 두려웠던 어린 학생은 그 어떤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했다.


이 사건의 가해 학생들은 결국 3~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가해자 처벌만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수많은 학생들을 위기에서 구출하기는 어렵다. 자기보다 힘이 없는 학생에게 빵심부름 등을 시킨다는 이른바 '빵셔틀'이 사회적인 이슈가 됐어도 여전히 학교폭력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소극적인 대처만이 따를 뿐이다. '빵셔틀'은 최근에는 '와이파이 셔틀' 등으로 변모되면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학교폭력에 대해 일벌백계하자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비극적인 사건사고가 주춤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학교폭력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2개월 동안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55%는 '빵셔틀'을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학교현장에서는 '친구 간 폭력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학생들 상당수가 비슷한 경험을 가진 피해학생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다.

폭력은 학생 관계에서 머물지 않고 교사들을 대상으로도 표출돼 추락하는 교권에 대한 우려도 날로 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는 여중 2학년생에게 50대 여교사가 폭행을 당해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경남 합천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50대 남교사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이 유포돼 우리를 경악시켰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에서 시행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권에 도전하는 풍토가 조성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교권 추락'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온 학생의 교사 폭행에 대해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교권 침해 정도에 따라 학생을 강제로 전학까지 시킬 수 있는 규정이다. 교권 추락에 대한 염려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타 지방으로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학생이나 교사 일방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진정한 사제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강제 전학조치 방침이 나오자 회의적인 의견이 제기되는 점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참교육 학부모회 관계자는 "'처벌을 해서 배제하고 또는 그 사람에게 재심 기회를 주지 않겠다'라는 엄벌주의로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친구 간, 사제 간의 문제를 더 이상 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방점을 둬야 한다. 복지에 집중하는 박근혜 정부가 누구나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학습권, 교권을 바로잡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더불어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불법 촌지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폭력, 교권침해 못지 않게 교육 현장의 어두운 단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촌지 문제는 과거에 비해서는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계속 싹을 틔울 수 있는 뿌리 깊은 병폐 중 하나다.


지난 3일에는 학교 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상습적으로 학부모에게서 금품을 받아 챙긴 부산 모 고교 교감 A(56) 씨와 부장교사 B(50) 씨 등 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 휴가비, 해외여행경비, 교사뒤풀이 비용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 국제중학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2년에 걸쳐 250만 원을 받았다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돼 해임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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