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신설학과]인천대 해양학과, "해양학과 블루오션을 찾았다"

한용수 / 2012-05-31 12:03:34
미래 해양인재 양성, 해양환경의 유해성 등 특화로 '주목'

“영국에서 박사과정 공부 중 그곳 학부생들의 지식에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박사과정인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죠. 왜 그럴까 생각했죠. 학생들은 학과목에 매여 있지 않았고, 입학할 때부터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거예요. 너무 많은 학과목을 늘어놓고 공부시키진 않을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마다 각자 자신의 길을 걷도록 하고 싶습니다.”

인천대 해양학과가 2012학년도 첫 신입생을 선발해 이제 한 학기가 지났다. 해양학과는 서울대와 한양대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전통적인 학과다. 학부 졸업 후 전공을 살리기 위해선 대학원 진학이 필요한 기초학문 분야라 취업률이 높지도 않다. 대학마다 취업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대가 해양학과를 신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해양학과의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것.

“우리만의 특성화분야 있다”… 해양환경 유해성 분야 등
인천대 해양학과가 찾은 블루오션은 ‘해양환경의 유해성 분야’ 등이다. 예컨대 오일 유출이 바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분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 분야를 드러내놓고 교육하는 곳은 없다. 영종도의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생태독성센터는 작년에 건립됐을 정도이고 이곳에서 일할 연구인력 또한 거의 없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한태준 교수는 “대학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해양 환경 분야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이 분야는 분명히 커나갈 분야이고 이쪽으로 특성화해간다면 앞으로 선도적인 학과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천대 해양학과는 해양 생태 및 인체 환경 독성, 수산 해양 바이오 분야에 특화해 학부를 운영할 계획이며, 향후 해양스포츠와 물류를 망라한 해양대학으로의 발전계획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한태준 교수는 파래로 수질오염을 진단하는 키트를 보여주면서 “ISO 국제표준기술로 채택됐고, 다음달 프랑스에서 공식화된다”며 “세계에서 두 번째이고 우리나라 기술로는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인천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주)그린파이오니아의 첫 작품으로, 한 교수가 2000년 초반 인천대 생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학문적으로만 관심을 갖고 연구해오던 것을 해양학과 설립을 즈음해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학과 신설에 앞서 해당 분야 연구가 이미 진행돼왔던 셈이다.

“해양학과 연구력 검증”… 자회사 (주)그린파이오니아가 연구력 견인
한 교수가 개발한 수질오염 진단 키트는 물 속에 들어있는 개별적인 오염 물질을 찾아내는 기존의 수질오염 진단 기술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것으로 세계적인 수질환경 진단 방식으로 채택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별 오염물질의 상보(서로 해를 끼치는 영향)를 통해 결국 오염 물질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으로 평가된다.

키트 개발 후 테스트 과정에서 과학자로서 보람을 느낀 일화도 있다. 한 고무공장의 폐수를 테스트하면서 1, 2차 처리과정 이후 방류수의 독성이 더 크게 나온 것. 원인물질을 규명해봤더니 아연의 양이 갑자기 는 것으로 나타났고, 업주에게 확인해보니 폐수 방류 전 사용하는 팬톤 시약이라는 물질을 값이 싼 중국산을 썼던 게 문제였다. 한 교수는 “이후 시약을 바꿨고 독성이 줄었다”며 “정부가 했어야 할 중요한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주)그린파이오니아는 2009년 학교기업으로 시작했으며 2010년 인천대 기술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자회사로 전환돼 출범했다. 지금까지 해조류를 이용한 수질진단기술과 파래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을 개발했다. 수질진단기술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로 국제기술표준으로 채택됐다. 올해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ISO수질총회에서 정식 채택된다. ISO 심사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으며 이미 국제기준으로 채택하기로 최종 결론은 난 상태다. 수질오염을 진단하는 방법이 국제기준표준이 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다.

파래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은 Mrose(마린로즈)로 지식경제부의 해양 RIS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sisley) 등 최고급 화장품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제작해 퀄리티가 높고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주)그린파이오니아는 인천대 해양학과가 보유한 연구력의 핵심이며, 학과와의 연계를 통해 재학생들의 현장체험과 취업연계까지 앞으로도 해양학과의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 생물학과 학부 출신과 올해 석사 출신을 연구직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정식 채용은 아니지만, 생물학과 석·박사 학생 15명이 같이 일하면서 학과와 기업의 상생 문화가 터를 잡아가고 있다. 한 교수는 “지난 방학동안 생물학과 학생 8명이 현장학습을 했고 신청자는 더 많다”며 “현장학습을 거친 학생 가운데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학생이 2명 생겼고 일부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대 해양학과만의 특별한 교육과정”… 다이빙실습, 한 학기 동안 연구소 파견
해양학과는 특히 특별한 교과과정도 주목된다. 교양과목으로 스쿠버다이빙 실습이 있어 졸업 전에 학생들은 모두 다이빙 자격증을 보유하게 된다. 또 4학년 전반기 한 학기 동안에는 학생 전원이 인천 지역에 위치한 각종 연구소에 파견돼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다. 파견지는 서해수산연구소, 국립환경과학원, 극지연구소,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국립생물자원관 등이다. 이는 취업 연계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실습하면서 현장을 체험할 수 있고, 학점 평가도 연구소 측에 맡기도록 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지만, 연구소 측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해 보면서 졸업 후 바로 채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4학년 2학기 때 국어작문을 교과목으로 넣은 것도 흥미롭다. 공부한 지식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

특히 해양분야 명문인 영국 폴리머스대학교와 공동학위제 협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로 대학원 개설도 이미 준비해 놓았다. 이밖에 벨기에 겐트대학, 스페인 말라가대학과도 공동학위 운영 협약 등을 통해 국내에서 소정의 과정을 거치면 외국의 유명 대학 학위를 받는 특수대학원제도 또한 준비 중이다.

“취업률 걱정 안 해”… 특화교육, 취업 네트워크도 강점
인천대 해양학과가 타깃으로 한 특성화 분야 일자리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인천대의 선도학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기존의 해양학과처럼 낮은 취업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 한 교수는 “기존의 대학 해양학과는 수송과
물류 등 해양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특성화를 통해 학생들을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키워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어떻게 가르치겠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학과에 들어왔더라도, 여기서 꿈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도 학생 때 방황의 시간을 거쳤어요. 서울대 가야한다고 해서 입학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했죠. 다행히 어느 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순식간에 모든 것이 결정된 거예요. 이렇게 멋있는 세계가 있었구나 했죠. 제가 여기까지 온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그런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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