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글쓰기 코칭]'묘계질서(妙契疾書)'

대학저널 / 2012-05-15 18:49:41


논술을 준비하면서 기출문제 답안을 달달 외우는 학생도 간혹 만나곤 하는데요, 논술 기본 취지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예상 밖 문제가 나왔을 경우 그간 외운 답안은 쓸모 없어집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꾸준히 만나는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 태도와 방법으로는 학부, 대학원 그리고 사회 등 기출문제가 없는 곳에서 맥없이 무너질 뿐입니다.

문제를 예측하는 데 애쓰기보다 기본실력을 올리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합시다. 이제 어떤 상황이든 나의 논리를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봅시다. 투자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우선 능동적으로 글쓰기 시간을 생활 틈틈이 배치해 주세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훈련으로 첫발을 내딛어 봅시다. 여러분에게 질서(疾書), 메모를 권합니다.

묘계질서(妙契疾書). ‘묘계’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이고, ‘질서’는 빨리 쓴다는 뜻입니다. 성호사설로 유명한 이익은 경전을 읽다 스쳐 간 생각들을 메모로 붙들어 두었다 합니다.1) 그러고 보니 메모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글쓰기 방법 중 하나였군요. 메모는 절대 쓸데없는 걸 끄적이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생각정리, 소재발굴, 자료정리를 지나 한편의 글을 향해 가는 여정은 스쳐가는 생각과 날라가는 정보를 잡아두는 데서 출발합니다. 모든 글은 메모에서 출발합니다.

메모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메모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세요. 잠자리 주변에 종이뭉치를 가져다 놓으세요. 이동 중에도 메모하기 위해 작은 수첩과 볼펜을 가지고 다니세요. 메모할 때‘글자’만 쓰란 법은 없지요. 기호, 그림 또는 약자를 활용해 메모하세요. 자신이 보고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으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메모 습관과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무엇을 메모해야 할까요?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 소리로 들리는 것, 글자로 쓰여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메모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많이 생각하고,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세요. ‘학교- 독서실- 집’ 이렇게 단조로운 동선이더라도 주변의 사물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달리 보일 겁니다. 시각에 변화를 주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메모할 거리는 넘쳐납니다. 오늘 하루 종일 느끼고 보고 들은 것을 메모해 보세요. 상당한 분량의 글이 뿜어져 나올 겁니다.

자 어느 정도 메모가 되었나요?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메모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지만 아무렇게나 하면 나중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메모했는데, ‘잃어’버리면 메모 하나 마나입니다. 중요한 사항에는 밑줄을 긋거나 큰 동그라미 표시를 해서 표시해 둡니다. 그렇게 멋진 글이 될 미래의 글감과 자료를 간직하세요.

모든 메모가 바로 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 둬야 합니다. 언제 어디에 써먹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차곡차곡 쌓은 메모는 자료의 초석이 됩니다.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는 효율적인 메모·자료관리를 위해 병원에서 쓰는 차트꽂이까지 구입했다는 군요. 시간을 내서 메모를 정리, 차츰 차츰 책으로 탈바꿈 시킨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컴퓨터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시간을 내서 정리를 해야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메모가 어떤 글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테마가 잡히고 주제를 정하면 자료는 다시 재배열돼 글로 탄생할거예요. 이렇게 하나의 글을 엮어 내기까지의 과정을 몸에 익히다 보면 자연히 글쓰기 실력이 늘어납니다. 그 과정의 첫번째이자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질서(疾書), 메모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완벽암기와 일필휘지는 무용담일 뿐이에요. 글은 영감이나 천재성으로 되지 않고 준비나 노력으로 이루어집니다. 논술에서 어떤 지문이 나올지 모르는 편이 더 좋습니다. 한땀 한땀 쌓은 논리력과 문장력이라면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세요. 그 확신은 메모를 자료로, 자료를 글로 엮는 훈련의 결과일 것입니다. 생각과 말과 글이 일치하는 삶을 산 사람에게 논술 실패는 없습니다. 일단 오늘부터 메모하세요! 매일 질서를 지킵시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