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건 "내가 틀렸고 니가 옳다"는 뜻 아니다
사과는 "내 자존심보다 당신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의미
분노사회에서 소소한 사과가 큰 갈등 예방할 수 있어
사과는 진정성 있게.. 콘텐츠, 태도, 타이밍이 중요
쿨한 사과, 끌리는 나를 만들어.. 내 성장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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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수 칼럼니스트 현) 한성대 특임교수 현) 한국재해재난안전협회 이사 언론학 박사,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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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박기수 칼럼니스트] 자고로 정치의 계절이다. 며칠이 지나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어떤 식으로든 크게 바뀌어있을 것이다. 정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정치인들은 쉽게 사과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실수를 하면, 바로 그것을 꺼내어 맹비난하면, 그 실수를 한 사람은 대부분 '변명'을 하지 '사과'하지 않는다.
혹은 본인은 사과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주윗 사람들은 사과는 커녕 변명만 나열한다고 한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사과와 관련된 비난과 변명이 적지 않았는데, 아마도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과하지 않다는 데 있다.
“미안해”,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과거 일을 생각해보고, 종종 후회하는 나를 발견한다. 왜 그때 ‘내가 먼저 입을 열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드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왠지 사과하면 내 체면이 좀 구겨지는 것 같고, 내가 자존심도 무너지는 것 같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혹은 조금 떨어져서 보면, 사과하기가 조금 쉬워진다. 한 지인이 오래전에 읽은 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소개해 준 내용인데, 이 말을 생각해보면 사과하기가 훨 수월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사과를 한다는 것은 ‘내가 틀렸고 상대방이 옳다’는 뜻이 아니다. 사과는 ‘내가 내 자존심보다는 상대방의 관계를 더 중요시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마음에 담아보면 가족, 친구, 동료 간에서 용기를 내서 사과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 오랜 친구, 파트너인 동료 모두가 소중한 사람인 만큼,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용감하게 “내 잘못입니다”, “미안해.”라고 쿨하게 말할 수 있다.
사과는 그러기에 누구에게나 편하게 하면 된다. 오늘 첫 미팅에서 내 실수로 언짢았을 동료에게도, 오늘 지하철 출근길에 우연히 어깨를 툭 부딪친 승객에게도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나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의도치 않게 일어난 일임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소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끔 뉴스에 나오는 폭행 사건 등을 보면 대부분이 사소한 시비에서 비롯된다. 좁은 식당에서 시작된 말싸움이 살인 사건으로 발전하고, 운전 중에 끼어들기로 시작된 싸움이 보복운전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식사 모임 등에 늦을 경우가 있는데, 내 경험으로 보면 ‘사과 하는 사람’과 ‘사과 하지 않은 사람’의 특성은 조금 다르다. 평소에 예의가 바르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늦을 것 같으면, 먼저 도착한 사람에게 항상 미리 전화나 문자로 지각과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강박 관념’ 정도로 시간을 챙기는 사람들은 목소리부터 과잉이라 싶을 정도로 사과를 한다. “너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빨리 가겠습니다.” 물론, 너무 오버해도 문제지만, 일찍 온 사람에 대한 배려가 확실한 목소리이다.
반면, “늦었습니다”라는 말조차도 안 하는 지인들을 보면, 사과를 하지 않은 게 몸에 밴 눈치이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면 평소에 그런 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몸동작이나 얼굴표정에는 미안함이 배어있지만, 입에서는 그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표정에도 미안함이 없는 경우가 있다. 혹은 ‘아랫사람에게 굳이 사과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해서 안 할 수도 있다.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이해하려고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남이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다. 내가 선배니까,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이해를 해주겠지’ 하는 시대가 아니다. 요즘은 이런 말도 있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50대 후반 손님이 20대 초반 청년 아르바이트생에게 “봉투에 담아줘.”라고 반발을 하면 돌아오는 말은 “알았어”라고 하는데 이젠 농담이 아닌 듯하다.
누구는 세상이 미국 같아진다고 하던데, 언어에서조차도 이제는 나이와 관계없이 ‘평등한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오고 있다. 조금 나이가 많다고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나이는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이다. 조금 실수했거나 잘못했다고 느끼면 바로 사과하라. 사과는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나를 더 멋지게 만드는 방법이다.
바꿔 말하면, 사과는 그 진정성을 제대로 갖추는 게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된 <쏘리웍스> Sorry Works의 핵심 내용을 보면 의료사고 등과 같은 문제에 있어서 겉치레식 사과는 그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죄송합니다.”가 아닌 “잘못했습니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 반대 입장에서는 이를 제때 하지 못하고 화를 더 키워서 결국은 더 큰 소송에 휘말리고 더 큰 화를 입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강연에서도 이야기가 되고 <논객닷컴 김연수 칼럼>에서도 소개된 “사과하려면 ‘캣(CAT)’하게 하라”는 말이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첫째는 콘텐츠 Contents가 있어야 한다. 형식적인 게 아니라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핵심 내용이 들어있어야 한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그냥 내가 잘못했으니까.” “아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사과를 해?”
부부나 연인 사이에 이러다가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사과는 진심을 담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해서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과 다짐이 동반되어야 한다.
"내가 어제 사무실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집에 와서 괜히 심술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해. 다음부터 감정정리를 잘 해볼게.”
만약에서 부부 사이에서 사과할 일이 생겼다면, 이렇게 말하면서 ‘안 하던’ 분리수거라도 하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쿨한 사과의 한 방법이다.
둘째는 태도(Attitude)이다. 불손하고 예의 없는 사과는 안 하는 것만 못하다. 태도는 얼굴 표정에서 쉽게 드러난다. 진정성을 담아 상황에 맞게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음식이 좋더라도 그릇이 형편없는 것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내 감정의 중심축인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 감정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벌써 표정에서 ‘나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억지로 사과합니다’라고 얼굴에 쓰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의성(Timing)이다. 적절한 시기를 택해야 한다. 상대방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나만 준비되었다고 일방적으로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어제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생각해보니 그 일은 김 대리가 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상사가 직장 후배에게 업무적으로 뭔가 잘못을 했다면 다음날 아침에 편하게 기회를 봐서 이야기하면 대부분 관계에서는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부장님은 정말 쿨하시네.’라며 다른 부서 동기에게 이야기가 전해져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선배님, 아까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했어야 하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어쩌죠. 너무 죄송합니다.”
자신이 챙겨야 할 거래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어 중요한 미팅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다면 곧바로 사과한 뒤, 일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즉각적인 사과와 상황 전파가 더 큰 위기를 막는 지름길이다. 타이밍이 생명이다.
근데 정말 입에서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는 때도 있다. 가족과 친구 같이 오히려 가까운 사이라서 ‘굳이 뭘 사과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하기도 한다. 혹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 시각에서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자신은 경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과는 가끔 오버를 해도 좋다.
“미안해.”, “쏘리~”, “내가 잘못 생각했나봐. 미안.”, “내가 잘못했어.”
편하게 말하고, 인정하면 좋다. 연습이 최고이다. 훈련을 위해서라도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나타나 한 번 사과해보라. 조금 어색할지 몰라도 그게 끌리는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고, 오히려 내 성장을 돕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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