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적이지만 한국적이지 않은 ‘호프’, 그 절묘한 틀을 깨다

박종혁 기자 / 2026-07-20 14:28:16

 

 영화 ‘호프(HOPE)’ 포스터. 사진 출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한국 스릴러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 이후 10년 만에 SF 액션 스릴러 영화 ‘호프(HOPE)’로 돌아왔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황해’ 이후 외지인, 미스테리한 로케이션, 토템, 과연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초자연적인 존재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다.

나 감독은 ‘곡성’ 이후 ‘호프’에서도 대낮에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으스스한 마을 분위기를 통해 어두운 미장센과 무언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 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 감독 새 영화에는 항상 야심이 들끓어 넘친다. ‘곡성’과 ‘호프’의 공통점도 온갖 인간이 뒤섞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지인이 나타나며 광대한 자연과 함께 뜯기고 잘리는 네거티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호프’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대낮부터 박진감 넘치는 크리처 액션과 외계인을 등장시키며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SF 크리처물이라는 거대한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우주선과 전함이 함께 등장하고, 인간과 외계인이 쫓고 쫓기는 가공할만한 파워와 속도의 추격전은 기존 나 감독의 영화 ‘추격자’, ‘황해’ 보다 진보된 고강도 질주와 폭주를 선사한다.

‘곡성’에서의 초자연적인 현상은 ‘호프’에서는 진일보했다. 한국 관객들이 다소 불편해하는 SF까지 건드리면서 ‘호프’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영화가 흥행한다면 한국에서도 ‘한국형 SF 장르’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에게 ‘미끼’를 제공하며 심리적으로 덥석 물을 것인지, 놓을 것인지를 관객 스스로가 결정하고 혼돈하게 만드는 더 진전된 심리적 미스터리를 내포해 관객의 두뇌를 계속 자극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호프’에서도 외계인이 왜 지구에 왔는지, 왜 우주선이 폭파되는지, 관객이 공감할 만한 마지막 엔딩씬은 왜 없었는지 등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호프’를 본 관객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과 상상을 하게끔 자극한다.

‘호프’는 미드포인트를 지나 클라이맥스에 가서도 확실한 중심적 해답을 내놓지 않고 관객의 주의를 끌다가 놓아버리는 조절을 통해 몰입과 이완의 효과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미스테리한 초자연적인 존재에만 집중하지 않고 CG를 활용해 ‘대중적인 SF볼거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거대한 숲과 마을 일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굵직한 액션 시퀀스에 인간과 외계인이 펼치는 액션 타격감과 속도감을 높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나 감독은 누구나 현실의 도피처로 희망하는 자연의 따사로움보다 음침과 괴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 극대화되고 의심과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인간의 존재론까지 꿰뚫는 철학적 메시지를 투척한다.

관객들에게 단순 영화 감상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에 뛰어들게 만드는 역할을 제공하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한국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스릴, 액션, 유머, 미스테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걸 선호한다는 것을 적절히 활용했다.

‘호프’가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고립되고 단절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외계인의 ‘혈투’를 통해 서로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마을을 지켜야 하는 인간과 아이의 부활을 위해 싸우는 외계인에 대해 누가 적대자인지 피해자인지 단정하고 이분화하지 않고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나 감독은 ‘호프’를 통해 잘못된 인간의 선택으로 인한 파멸, 나약한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거대한 외지인에 대항해 무기력과 속절없음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느끼게 하면서도, 예견된 비극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우리를 밀어 넣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질문하는 듯하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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