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창립 80주년 기념식

온종림 기자 / 2026-09-14 12:59:12

 

[대학저널 온종림 기자] 관계의 깊이는 경험이 결정한다. 같은 경험을 얼마나 많이, 또 오래 공유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어떤 것이었는지가 관계의 깊이를 정한다.

 

지난 9월 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횃불선교센터에 초로의 남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해, 혹은 수년만의 만남에 반가운 인사가 오갔다. 이들은 반평생 몸 바쳐 일한 직장이 어느 날 갑자기 국영화되고, 기댈 벽 없이 광야에 내쳐졌던 아픈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었다. 그 직장은 대한생명, 이날은 대한생명 창립 8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대한생명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9월 9일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생명보험사이다. 1969년 신동아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해 1986년 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보험감독원 종합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생명보험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회사가 1999년 예금보험공사의 경영권 인수로 국영 보험사가 됐다.


갑작스러운 국유화에 대한 시시비비는 제쳐두자. 이들에게 닥쳐온 현실은 참혹했다. 가족과 함께 마주친 생활의 어려움도 가슴 아팠지만, 그보다 견디기 힘든 건 ‘우리 회사’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그동안의 내 땀과 노력에 대한 분노였다.


이날 대한생명 창립 80주년 행사를 주도한 최창규 씨는 비서실 부장으로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국유화로 최 씨는 여러 보직 변경과 지방 근무를 전전한다. 마음의 상처는 육체를 무너트렸다. 몸의 반신을 못 쓰게 된 고통 속에서 그는 재기한다는 절실함으로 병마와 싸웠다. 

 

늦둥이 막내의 존재도 그에게 버팀목이 되었다. 눈물겨운 노력으로 건강을 회복했고, 그에게 힘을 줬던 일곱 살 막내는 올해 서른이다. 명문대 공대를 나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그 가족들이 말 못 할 고통을 견뎌야 했다.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최순영 회장은 인사하는 옛 동지들에게 희망을 얘기했다. 특별강연에 나선 107세의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는 그에겐 아직 ‘이팔청춘’인 참석자들에게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격려를 전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사가(社歌)를 합창하는 시간, 곳곳에서 애써 눈물을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삼킨 건 눈물이 아니었다. 희망, 그리고 다짐이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