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8,000여 졸업생, 사회의 ‘빛과 소금’ 활약하며 국가 발전 이끌어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 김수남 제물포고등학교 교장]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1954년 개교해 3만 8,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제물포고등학교는 인천을 대표하는 전국구 명문고등학교다.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교훈을 마음에 새긴 동문들은 빛과 소금 같은 인재로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60여 년간 굳건히 지켜온 ‘무감독시험’을 통한 양심교육은 제물포고의 자랑이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 구호를 매 고사마다 외치며 양심교육을 실천해 온 학교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제물포고는 무감독 시험으로 양심교육을 선도할 뿐 아니라 맞춤형 교과학습 지도와 학생 성장 지원 프로그램, 교과교실제를 통한 수업혁신 등으로 지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데 앞장서고 있다.
2017년 9월 부임한 김수남 교장은 “학생들에게는 꿈과 끼와 성공을, 선생님들에게는 멋진 인재를 키운 보람을, 학부모들에게는 학교 교육과 자녀의 성장에 만족을 드리는 교육을 실천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Q. 교장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이곳에서 자란 인천 토박이입니다. 공주사대(현 공주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ROTC로 군 복무를 마친 후 1984년 포천고에서 교직을 시작했습니다. 인천이 광역시로 승격한 1995년부터는 이곳 인천에서 줄곧 교사로 일했고 인천교육연수원 연구사, 남부교육청 및 시교육청 장학사, 남부교육청 장학관, 학익고 교장을 거쳐 2017년 9월 제물포고 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Q. 오랜 교사 생활 동안 간직해 온 교육철학이나 교육에 관한 좌우명이 있다면.
“‘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없는 청춘은 진정한 청춘이 아니다’를 강조하는 ‘꿈 전도사’를 자처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갖고 치열하게 노력해달라고 당부합니다. 학생은 공부에 있어 프로가 돼야 합니다. 학생 때인 지금도 행복해야 하겠지만 평생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죠.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을 본받고 실천해 그런 사람이 되어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Q. ‘교직에 몸담길 참 잘 했다’ 생각하신 순간이 있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의 정신적, 영적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교직의 보람은 제자들’이라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교단에 섰던 실수투성이 초임 시절. 당시 포천고 제자들이 근래까지 스승의 날이 되면 찾아옵니다. 함께 식사하며 지난 얘기들을 나누는 것이 제게는 큰 자랑입니다. 당시 고3 담임을 했던 동료 선생님들과 졸업 30주년 행사도 가졌습니다. 우리 제고인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는 것을 매우 즐겁게 생각합니다.”
Q. 제물포고 소개를 부탁합니다.
“1954년 개교한 제물포고는 올해 64회 졸업생을 배출한 명실상부 전국구 명문고등학교입니다. 현재 한 학년 8개 반, 24학급에 재학생은 480여 명입니다. 한 해 서울대만 100여 명을 진학시킨 적이 있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유정복·박남춘 전·현직 인천광역시장 등과 지역 국회의원,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 등이 제물포고 출신이며 이들을 비롯한 3만 8,000여 동문들은 관심과 애정으로 모교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늘 전국 상위권 성적을 거두는 야구부와 지난 해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농구부도 명문 제물포고의 자랑입니다. 무엇보다 60여 년이 넘는 동안 지속해 온 ‘무감독시험’의 전통은 전무후무한 인성교육의 발자취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Q. 제물포고만의 특징적인 교육과정, 프로그램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10여 년 가까이 교과교실제 학교로서 학생의 진로희망과 적성, 개인별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해 왔으며, 상당한 범위의 과목을 학생 스스로 선택해 공부하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입니다. 개가식 도서관의 전통을 잇고자 북카페 ‘웃터북’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독학생과 서평쓰기 독후감대회 등을 통해 학생들이 독서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무감독시험’은 일반고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제도이며, 이에 대한 동창들과 재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고등학생 학군단이라 할 수 있는 ‘J-ROTC’를 운영해 리더 중의 리더를 기르고 있으며, 학생들이 참가하는 명산등반대회도 열고 있습니다. 2019년 제주도 수학여행 때 한 학년 약 70%의 학생이 한라산 정상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설악산에서 수련회를 갖는 1학년 학생들의 대청봉 등반도 계획하고 있으며 추후 지리산에도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Q. 제물포고가 명문고로 이름을 드높이는 비결은 어디에 있는지.
“명문이라는 이름표는 학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심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인성교육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직후 살아남기 위해 각종 협잡이 난무하던 1956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무감독시험’의 전통은 몇 번을 얘기해도 부족할 만큼 훌륭한 제도이며, 양심교육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우리 제고인의 인사 구호는 ‘양심’이며, 교훈은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입니다. 사회의 빛과 소금 같은 인재, 유한흥국(流汗興國)의 교육지표를 따라 나라를 위하는 인재가 되어야 함을 학생들은 재학 기간 내내 듣고 실천하기 때문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명문고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생활교육에 애를 먹고 있지만 우리 제고인들에게는 “제고인이 그러면 되나?”라는 간단한 말로도 어느 정도의 생활교육이 가능함이 이를 증명합니다.”
Q. 대입 준비에 모범이 될 만한 학생 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
“제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모교인 인천고에서 3년 내내 오전 7시 등교, 밤 10시 하교 생활을 했습니다. 그 자율학습의 위력은 전국 6대 도시 평준화제도 적용 첫 해 학력성취도고사에서 나타났습니다. 수원 수성고, 평택고, 의정부고, 과천고 등 비평준화 지역 학교를 포함해 경기도 전체에서 인천고가 1위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지금은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예전처럼 타율학습이어선 안 된다고 해 일괄 자율학습은 이뤄지지 않지만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학력 면에서 성공한다는 사례는 제 경험 뿐 아니라 2020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김해외고 송영준 학생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Q. 지난 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봉사활동, 학교생활, 인성, 진로희망,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전형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의 대학 생활과 학업성취도가 비교적 우수하다는 평가를 꽤 많은 대학에서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이나 그래선 안 되는 대학교수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의 일탈이 제도 변화의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제도적인 문제는 그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방식으로 가능한데 현재는 그러지 못합니다. 현장의 입장이나 지역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감들의 부당하다는 반응과 건의에도 밀어부치기 식으로 대학입시 제도 근간을 바꾸겠다는 것은 전 근대적인 제도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정서적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대입제도 개편과 더불어 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견을 주신다면.
“특목고는 다양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고에 올 우수한 학생이 이 학교들로만 몰린다는 생각이 꼭 옳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나 외고로 간다 해도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잘 성장시켜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키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남들과 비교하면 경쟁심과 자존심이 주로 생기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통한 성장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학과나 외고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분명 보완해야 합니다.”
Q. 일반고의 가치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성적이 우수한 꽤 많은 학생들이 특목고에 진학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상대적으로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력 면에서 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오히려 그런 면에서 학창 생활을 하는 동안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그 가운데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런 다양한 학생들을 사회에 필요한 일꾼으로 잘 성장시켜 내는 것이 일반고의 역할입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일반고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니 일반고는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만큼 성장시켜 온 것이 일반고의 역할이며 다른 말로 존재 가치입니다.”
Q. 공교육을 통해서도 학생들이 충분히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쳐나가기 위해 정부와 교육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교육이 중요하다고 할 때 빠지지 않는 금언 중 하나가 ‘교육은 백년대계’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너무 자주 급격하게, 또 현장의 소리는 배제된 채 바뀌고 있습니다. 제도 보완에 완급 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국의 ‘행복학교’들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교육인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어려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했던 옛 분들의 생각이 존중돼야 합니다. 아이들이 지금 당장 행복한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이 돼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현장에서의 교육에 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간섭이 최소화됐으면 합니다.
한편으로 교사들이 가르치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말로만이 아닌 좀 더 획기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행정업무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정식 직원의 선발과 배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Q. 앞으로 제물포고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계획이 있다면.
“유한흥국(流汗興國).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 무감독시험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인성을 제대로 갖춘 멋진 제고인으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물론 학력 부분의 성취도를 충분히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지속적으로 적용시켜 나가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인성이 충분히 갖춰진 우리 제고인들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로매진(一路邁進) 하는데 학교 모든 구성원의 맨 앞자리에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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