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도 이념적 잣대가 필요한가?"(종합)

김준환 / 2013-01-10 12:00:17
'진보-보수'의 '오락가락' 교육정책…피해는 교육수요자의 '몫'

서울시 교육정책의 수장인 서울시교육감이 진보성향의 곽노현 전 교육감에서 보수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으로 교체되며 교육정책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감의 정치적 또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교육정책 때문에 학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문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와 말바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치적, 이념적 논리가 아닌 교육현장과 교육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교육감은 최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와 구로구 천왕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는 예비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우솔초등학교와 천왕중학교 학부모 30여 명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용린 교육감은 당초 약속대로 우솔초와 천왕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의 결정은 서울시의회와 예산안을 협의하면서 혁신학교를 8개로 늘리기로 한 합의를 깬 것"이라며 "문 교육감이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은 보수 교육계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 교육감은 자신의 선거 핵심 공약인 '중1시험 폐지'와 관련해 당선 후 '시험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중1에 진로탐색 활동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 교육감의 이 공약을 두고 진보 진영은 찬성하고, 보수 진영은 반대하면서 이념적 논쟁까지 가세되는 형국이다.

이에 앞서 진보 성향의 곽 전 교육감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같은 교육정책을 당선 직후부터 강력하게 추진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 문제를 두고 당시 교육계는 첨예한 찬반 논란으로 내부 갈등과 분열을 겪었다. 곽 전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계는 보수 성향의 문 교육감이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당선되면서 곽 전 교육감의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를 반영하듯이 문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 수정 의사와 함께 곽 전 교육감의 정책 수정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교육정책을 '보수다, 진보다'하는 이념의 잣대로 가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즉 진보 성향의 정부와 교육감이 들어서면 보수성향의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물론 진보적 정책을 시행하고 반대로 보수 성향의 정부와 교육감이 들어서면 다시 진보성향의 정책을 수정하고 보수적 정책을 시행하는, 이른바 '불편한 진실'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물론 잘못된 제도를 수정하거나 개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고쳐야 한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를 거듭하며 교육정책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수정, 개편되면 결국 피해는 교육현장과 교육수요자의 몫이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부터 곽노현 전 교육감과 문용린 교육감으로 이어지는 서울시 교육정책의 '보수→진보→보수' 엇박자 행보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애를 먹고 있지 않은가!

또한 첫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됐던 공 전 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퇴진한 데 이어 후임자인 곽 전 교육감까지 후보 매수 혐의로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서울시 교육의 수장이 연이어 2차례 유죄 판결을 받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여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교육현장과 교육수요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문 교육감의 행보가 중요하다. 문 교육감이 펼쳐 나갈 교육정책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을지 학생과 학부모들이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로감은 극심하지 않은가! 따라서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는 교육정책이 아닌 오직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정책이 최우선이다.

문 교육감은 "교육학자로의 입장으로 제일 중요한 건 이념,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우리가 과연 지금 하는 일들이 학생들이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준거"라고 밝힌 바 있다.

잘못된 정책은 적극 수정하되, 문 교육감의 말대로 교육만큼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정책의 중심을 교육수요자, 무엇보다 학생에 둬야 한다. 학생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보수성향의 정부와 교육감, 교육단체이든 그리고 진보성향의 정부와 교육감, 교육단체이든 이 말을 다시 한 번 주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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