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도 정치·이념적 잣대가 필요한가?"

김준환 / 2013-01-09 17:17:36
[대학저널의 눈]문용린 교육감 '오락가락' 교육 정책… '학생들 미래' 최우선 고려

문용린 신임 서울시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교육감이 최근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와 구로구 천왕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 학교 예비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솔초등학교와 천왕중학교 학부모 30여 명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용린 교육감은 당초 약속대로 우솔초와 천왕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의 결정은 서울시의회와 예산안을 협의하면서 혁신학교를 8개로 늘리기로 한 합의를 깬 것"이라며 "문 교육감이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은 보수 교육계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 교육감은 자신의 선거 핵심 공약인 ‘중1시험 폐지’와 관련해 당선 후 ‘시험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중1에 진로탐색 활동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말을 바꿔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이 공약을 두고 진보 진영은 찬성하고, 보수 진영은 반대하면서 이념적 논쟁까지 가세되는 형국이다.

교육계는 보수 성향의 문 교육감이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당선된 후 학생인권조례 등 곽노현 전 교육감의 진보적 교육정책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문 교육감에게 주어진 임기가 곽 전 교육감의 잔여임기인 1년 6개월 정도임을 감안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들을 시행시키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

또 곽 전 교육감 시절의 교육정책을 재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동안 공정택 전 교육감, 곽 전 교육감 그리고 현재 문 교육감으로 바뀌어 오면서 짧은 시간에 새로운 교육정책이 진행돼 왔다는 점은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의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들은 수시로 바뀌는 불확실한 교육 정책 때문에 교육개혁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

여기에서 하나 더, 진보와 보수 진영의 논리만을 대변했던 교육감은 교육계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불신을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념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교육계가 정치투쟁과 이념대결의 장으로 변질된 셈이다.

교육계의 대립과 갈등에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공교육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된다.

물론 교육계가 진보와 보수 등 다원화된 사회적 욕구를 형평성 있게 반영하는 사회적 기능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에 일견 동의한다. 하지만 마치 구태 정치판에 오염된 것처럼 교육에도 낡은 이념적 잣대를 적용하면 우리 교육계에 만연돼 있는 불신과 갈등은 정화되기 어렵다.

문 교육감은 “교육학자로의 입장으로 제일 중요한 건 이념,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우리가 과연 지금 하는 일들이 학생들이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준거”라고 밝힌 바 있다.

문 교육감의 말대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교육만큼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는 정치적ㆍ이념적 잣대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문 교육감에게 주어진 1년 6개월이 우리나라 교육의 백년대계 초석을 다지는 데 오롯이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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