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실현”

임지연

jyl@dhnews.co.kr | 2022-03-29 14:09:43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지난 8년간의 활동에 대한 소회를 전하고 있다.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경쟁보다는 협력, 서열보다는 배려, 성적보다는 행복으로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2014년 제15대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으로 취임한 이석문 교육감은 제주교육 지표를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로 정하고 제주교육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형 자율학교, IB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아이들이 ‘삶과 배움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교육감은 “수능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드는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뿌리내리고 있다”며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모두가 함께 웃는 미래교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제주도교육감으로서 지난 8년을 되돌아본다면.


“교육에서 중요한 과제는 ‘출산율 저하’와 ‘4차 산업혁명’ 두 가지다. 두 과제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근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의미가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해졌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 맞는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힘들다. 경쟁보다는 협력, 서열보다는 배려, 성적보다는 행복으로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 2014년 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제주교육 지표를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으로 정했다.


2014년 ‘이석문 시즌1’을 시작하면서 학교 부적응, 중도 탈락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줄였지만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아이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업에서 아이들이 인정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중도탈락을 해결하기 어렵다.


입시 경향에 맞춘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을 요구하는 지금 평가와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가 힘들다. 이에 2018년 ‘이석문 시즌2’를 시작하면서 정책 방향을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으로 잡았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기 위한 평가 혁신을 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리더십 혁신과 행정 지원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 임기 중 대표적인 교육 정책과 성과는.


“평가 혁신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기관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1968년부터 운영 중인 ‘IB’ 국제인증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교육에서는 처음으로 학교 단위로 읍면지역 고등학교인 표선고등학교에 IB 고등학교 과정인 DP(Diploma Programme)를 공식 운영 중이다. 표선지역과 인근 성산지역 초·중학교는 IB후보학교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개의 질문에 100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평가와 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는 2018년까지 고입 연합고사가 있었다. 제주 시내에 있는 8개 평준화 일반고를 가기 위해 아이들이 중학교부터 극심한 경쟁을 겪었다. 고입을 위해 제주 시내로 전학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이는 읍면지역 학교, 지역을 침체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고교체제 개편을 단행하며 도내 모든 고등학교 균형 발전을 도모했다. 2019학년도부터는 연합고사도 폐지했다. 이제는 도내 고등학교가 균형있게 발전하고 있고, 진학 성과도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2014년부터 아이들 마음건강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 교육청은 2015년 전국 최초로 소아 정신과 전문의를 채용했다. 이어 전문의들이 활동하는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출범시켰으며, 지금은 학생건강증진추진단으로 격상했다. 이는 교육부 차원의 ‘스쿨닥터’ 정책으로 확대됐다. 이젠 지자체에서도 마음 건강 지원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 타 지자체의 교육정책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제주는 특별자치도다. 특별법으로 교육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 제도로 ‘제주형 자율학교’가 있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평가 혁신, 리더십 혁신, 행정지원 혁신을 선도하는 학교로, 자율적으로 운영 가능한 교육과정과 예산, 교직원 연수, 컨설팅 등의 지원이 보장된다.


제주형 자율학교 모형은 3개다. 혁신학교 모형인 ‘다혼디배움학교’를 비롯해 ‘IB학교’, ‘건강생태학교’ 등이 있다. 다혼디배움학교는 민주적 학교 문화를 바탕으로 배려와 협력의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의 삶을 가꾸는 공교육 혁신 모델이다.


IB학교는 국제 공인 교육프로그램의 도입, 운영을 고려하거나 준비 중인 학교와 IB본부로부터 ‘IB월드스쿨’로 인증받은 학교를 통칭한다. 건강생태학교는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태를 지향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제주교육청은 제주형 자율학교를 기반으로 학교와 지역이 상생하며 발전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 중이다. 수능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드는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뿌리내리고 있다.”


- 2022년 제주교육 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계획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등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역과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 지표가 좋지 않다. 비만과 정서위기 해소 등에 지원을 늘리고 있다.


또한 개개인 학생에게 맞춘 기초 학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문화, 탈북학생 등 ‘느린 학습자’를 원인별, 유형별로 분석해 맞춤 지원하는 데 노력하는 중이다. AI·소프트웨어 교육 기반을 확충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해 지구 생태시민 교육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교육의 처음과 끝은 ‘학생관’이다. 아이들은 삶의 대상이 아니다.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고 대통령을 뽑는 시대다. 아이들이 삶과 배움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 한 명, 한 명을 사랑으로 지켜보고 따뜻하게 존중하는 흐름들을 입혀가고 있다. IB수업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해결방안을 만들면서 주체적으로 성장한다. IB가 만드는 긍정적 흐름을 일반 학교에도 확산할 것이다.”


이 교육감은 미래 교육에 대해 “미래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에 앞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첨단 기술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능력, 예술적 감수성, 공감‧협업 능력 등 사람의 고유성을 키워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미래 교육이 전환돼야 하고 교사 또한 미래에 맞춘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근 각 교육청이 디지털 중심 교육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디지털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가 아닌,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서교육 활성화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모든 학습의 기본은 독서이고, 책 읽는 습관은 디지털 문해력의 핵심이다.


교육과정 연계 독서인문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과정 연계 도서구입비를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교 맞춤형 독서교육 운영비를 학교급별, 학교 규모별로 지원한다. 이외에도 운영비를 기반으로 초등학교는 ‘책과 친해지기’, 중학교는 ‘성장과 나눔 독서토론교육’, 고등학교는 ‘삶과 만나는 독서인문교육’ 등을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의 환경 개선과 현대화 사업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전자책 시스템’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비대면 독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2억 규모의 전자책을 추가 수록한다.”


- 미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떻게 변화하리라 생각하는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과제들이 교실에서도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양극화와 정치적 다원성 등이 아이들을 통해 발현된다. 교실에서 다양한 계층과 상황, 삶의 조건,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한 명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들도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다양성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미래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에 앞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첨단 기술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능력, 예술적 감수성, 공감‧협업 능력 등 사람의 고유성을 키워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미래 교육이 전환돼야 하고 교사 또한 미래에 맞춘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


-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선제 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고교학점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쟁과 서열 문화로 아이들을 탈락시키는 문화는 이제 넘어서야 한다. 다양한 교육과정과 절대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존중하고 진로를 미래에 맞게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학점제를 안정적으로 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대를 유지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과밀학급 해소와 교원 확대를 위한 제도적 동력이 될 것이고, 읍면지역 학교 활성화에도 다양성이 공존하는 고교학점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대입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가장 큰 비극은 고교학점제를 하면서 대입제도는 1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수능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 대입제도 개편은 ‘뜨거운 감자’다. 공정한 대입제도로의 개선과 중장기 계획에 바탕을 둔 정착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논·서술 형태의 새로운 대입제도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 수능 출제 경향에 맞춘 지금의 평가로는 미래 대비가 어렵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2028학년도에 새로운 대입체제가 시행되는데, 수립 과정에서 많은 대안과 의제들이 공유될 것이다. 대안 모형의 하나로 논·서술형 시험을 제안한다.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수업에서부터 인정하고 존중하려면 대입제도가 논·서술형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제주는 IB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논·서술형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의 신뢰성, 객관성을 입증해야 한다. IB는 외부 채점관이 평가를 하는 시스템으로 오랜 시간 신뢰성과 객관성을 입증 받아왔다. IB가 논·서술 수능 도입 모형이 될 수 있다.”


- 지방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중고와 대학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한 발전방안이 필요한 실정인데, 교육청에서 관내 대학과의 교류나 협력 사례가 있다면.


“고교학점제는 대학에도 대대적인 전환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AI와 공존하는 창의형 인재를 육성하는 건 대학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과제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대학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대와 고교학점제를 대비한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개설하기 힘든 소인수 선택교과의 수업을 대학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렇듯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학술적·인적 자원을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고, 교육청이 재정 투자를 하는 상생 모형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IB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능을 보지 않고 IB성적만으로도 제주대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만들고 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지역 인재들이 제주지역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안정화하려 한다.”


-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제주지역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다른 나라보다 훌륭하게 코로나19를 극복했고 이젠 일상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힘도 ‘배움’이고, 코로나19를 넘어 회복으로 나아가는 힘도 ‘배움’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미래로 더 가까이 갈 것이다. 낯설고 어려운 과제를 자주 만날 것이다. 그 때마다 ‘배움의 힘’으로 현명하게 해결하겠다. 미래는 함께 가야 따뜻해진다. 함께 손잡고 지혜를 모으며 힘차게 걸어가겠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모두가 함께 웃는 미래교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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