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이승환
lsh@dhnews.co.kr | 2022-03-18 13:27:31
‘우크라이나’하면 흑토지대의 농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비옥한 토지를 가진 농업과 소련 시절 지어진 대규모 중공업 단지나 제철소, 탄광을 가지고 있어 경제가 발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유럽에서 접경국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나라이자,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대륙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농업이 주산업인 중부 지방은 러시아에 반감이 상당히 심하다. 스탈린 시절 사유지를 몰수하는 강제 집단화를 추진하면서 가혹한 곡물 수탈과 강압적 가축 징발, 기근 등으로 당시 사람들은 초근목피도 모자라 쥐를 잡아먹고 심지어 인육까지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악랄한 ‘기아 학살’과 1937~1938년 권력 집중을 위한 대숙청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공업이 주산업인 동부 지방 즉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친러 지도자를 몰아낸 오렌지혁명(2004년)과 존엄혁명(2014년 ‘유로마이단’ 유혈시위)이 잇따르자, 러시아는 정치적·군사적 개입을 더욱 노골화하여 2014년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고,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의 분리독립 내전을 지원했다.
그런데 2019년 우크라이나 국민은 헌법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명시한 개헌을 통과시킨 데 이어, 대선에선 친서방 노선을 분명히 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의 옛 세력권을 재확립하려는 목적을 가진 푸틴은 이를 구실로 일방적인 무력 침공을 감행한 것이다.
2월 24일 공격이 개시된 뒤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 같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진격 속도가 느려졌다. 특히 민간 위성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어서 민간인에 대해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전 세계인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이 아닌 전쟁을 택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화염병을 던지며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를 막아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보니 마치 80년 광주 때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탱크 앞에서 화염병으로 저항하는 시민들, 조국을 지키겠다며 귀국하는 사람들. 전 국민 총동원령이 내려졌고 할머니들까지 총을 든 모습을 보면서 ‘자유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시리도록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가 직접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돕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에 공감한 많은 세계의 시민들이 하나 둘 피켓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시위 자체로는 전쟁을 막지 못한다 해도 우리도 촛불로 정권을 바꾼 것처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과 위로를 보낼 수 있고, 러시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과 비판을 같이 함으로써 하나로 합쳐진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가 강력한 전쟁 살상 무기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위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에게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작지만 큰 변화의 첫 시작일 수 있다. 문제 해결의 방법이 결코 전쟁과 같이 폭력적이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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