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선거를 끝내고 다시 하나로

이승환

lsh@dhnews.co.kr | 2022-03-10 06:00:00

여러 가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그동안 TV에서만 보던 대선후보들이 녹음된 목소리로 소중한 한 표를 부탁하던 전화도, 거리마다 각 당의 상징색으로 통일된 복장을 한 선거 운동원들이 지하철 입구에서 출근 때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한 표 부탁한다는 인사도 이젠 끝났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치러진 대선이라 그런가 예전보다 덜 시끄러워 오히려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밤늦도록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이 될지 가슴 졸이며 지켜본 사람들도 있지만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아무런 관심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든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뜨거웠던 밤이 지나고 맞은 아침은 너무나도 평범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 지하철 안에는 무심한 얼굴을 한 채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 유튜브 영상을 보며 히죽거리는 사람, 게임에 푹 빠진 사람, 자리에 앉아 따끈따끈한 지하철 온기에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며 꾸벅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치열했던 대선 레이스와 대조적으로 맞는 너무나도 평범한 아침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선거운동 기간에 각종 정책들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우리들에게 대선 후 맞는 이러한 평범한 일상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가 더 혐오스러운가를 경쟁하는 대결’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거대 양당이 윤리·도덕적 흠결이 큰 후보들을 내세웠기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아 끝까지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모든 의혹도 끝난 것은 아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연루 의혹이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선거운동 기간 동안 드러났던 후보들과 그 가족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문제들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모든 것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는 1762년에 쓴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건 단지 의회 구성원을 뽑는 선거 기간뿐이다. 일단 의원들이 선출되는 즉시 영국 국민은 노예가 되어버린다."라는 말을 하였다.


선거 후에도 우리 국민들이 노예가 아닌 주인 된 입장으로 잘잘못을 명백하게 따져야 한다는 루소의 비판으로 들린다. 권력을 갖게 되어 나의 허물은 관행이나 몰랐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되고 상대방의 비리만 집중적으로 파헤치게 된다면 이야말로 ‘내로남불’식의 적폐인 것이다.


하루 종일 뉴스에서는 대한민국 지도를 정당 색깔별로 빨갛고 파랗게 구분지어 놓고 가장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지역과 선거 중 일어났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아낸다.


선거에 이긴 당은 환호성과 함께 흥분에 찬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도색하고 패배한 당은 띄엄띄엄 자리를 비운 채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기 힘들다. 이긴 자에게는 기쁨의 박수가, 패배자에게는 아쉬움의 격려가 주어지는 선거는 이긴 자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비정함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선거 기간 동안 분열된 시민들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서 보다 큰 고민을 해야 한다. 분열과 반목, 증오와 배제, 타도의 극단적인 논리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의 시작이 아름답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