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세상의 아름다운 사람들
이승환
lsh@dhnews.co.kr | 2022-02-17 18:20:03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TV를 켜면 거의 매일 기분 좋지 않은 소식들이 먼저 나를 반긴다. 자고 일어나니 하루 만에 폭삭 주저앉아버린 내 주식과 하룻밤 사이 새로 일어난 각종 사건과 사고에 관한 뉴스 같은 것들로 하루를 시작하면 오늘 하루도 그저 그런 하루가 반복 되겠거니 하며 꽉 막힌 도로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에 모닝커피를 홍삼처럼 들이키고 미간을 한껏 찌푸린다.
그런데 얼마 전 TV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한 젊은 항해사와 보육원을 떠나 훌륭하게 자립한 대학생, 그리고 노년의 지하철 택배원분을 보고 나태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아직도 세상엔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것에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대중 매체나 SNS상의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마지 경쟁하듯 누가누가 더 화려하고 폼나게 사는지 펼쳐보이며 우리를 피곤하게 하지만 실제 우리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 하루하루 묵묵히 자기의 할 일을 충실하게 해내고 계신 분들이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엔 특히 더 고맙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살을 에는 듯한 쌀쌀한 바람과 해가 뜨지 않아 아직도 깜깜한 하늘이지만 가족을 위해 뜨끈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새벽 시장으로,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가게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감사하고 아름답다. 자식들 학비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칼날 같은 바람을 헤치고 나아가 칠흑같은 어두 컴컴한 새벽 바다에 조업하러 나가는 부부의 뒷모습이 다정하고 아름답다. 구석구석 다니시면서 밤사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워주시고 눈이라도 많이 내리면 어깨가 하얗게 되시면서도 빗자루로 길거리의 눈을 쓸어주시는 환경미화원분들의 어깨가 미안하고 아름답다.
우리가 불편 없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여러 가지로 애써주시는 많은 사람들도 아름답다. 최상의 제품과 불량 제품 제로를 목표로 산업 현장에서 매일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철저하게 해내고 계시는 산업 노동자들의 환한 웃음이 아름답다. 비싼 월세와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정한 취업 대란 속에도 꿈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기 위해 학업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젊은이의 씩씩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름답다. 코로나 시국에 세계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속도와 정확성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문 앞까지 안전하게 배달해 주시는 택배 기사님들의 이마에 맺힌 송글송글한 땀방울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2년 넘는 코로나 기간 동안 의료 현장에서 쉴 틈 없이 불철주야 코로나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분들의 노고가 눈물 겹도록 감사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누가 알아주는 이 없어도 오로지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로서 아버지로서 자녀로서 서로서로 부둥켜 안고 꿋꿋하게 자리를 버텨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이 아름답다. 또 어려운 시국에 세계 그 어느 나라의 국민들 보다도 정부 방침을 잘 따르면서 버텨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모두 아름답다. 그러고 보니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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