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은 영양실조”, 실효성 있는 고등교육 정책 촉구
대교협 정기총회, 총장들 교육부 장관과 대화에서 대학 위기 강조
"획일적 평가로 21세기 대학교육 한발짝도 못 나가"
이승환
lsh@dhnews.co.kr | 2022-01-27 09:46:14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지금 대학의 상황은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와 다름없다.”(정진택 고려대 총장)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대학 간 경쟁만 부추기는 평가제도에 묶여 21세기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한발짝도 못 나가는 상황이다.”(장제국 동서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6일 개최한 2022년 정기총회 중 열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대학 총장들은 현 교육 정책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냈다. 고등교육 분야 안정적 재정 지원과 함께 지방대 위기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현재 상당수 지역 소재 대학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서울 소재 대학 또한 올해 건강진단은 괜찮더라도 당장 내년에는 어떤 상황일지 가늠할 수 없다”며 “영양실조이지만 위에 좋은 약, 두뇌에 좋은 약 가리지 않고 달려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총장은 “정부 재정지원이 대개 사업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역사가 깊고 교수가 많은 곳이 선정될 확률이 높고 때문에 지방 소재 대학은 ‘잘못이라면 지방에 있는 것이 잘못’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라며 “주어진 파이를 갖고 대학이 싸울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대학의 성격과 특징이 다름에도 현 대학평가는 획일적인 지표로 진행되고 권역간 경쟁을 유발해 이웃 대학 간 공유와 협력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며 “대학은 대학대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대학과 교육부 간, 대학 간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런 평가에 묶여 대한민국 고등교육은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총장들은 학령인구 급감의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마련도 촉구했다.
권순태 안동대 총장은 “교육부의 정원 감축 방안은 대학 간 경쟁 논리로 진행될 뿐 지방대 소멸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며 “교육부가 과연 지방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은 갖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전북대 김동원 총장은 “지역혁신플랫폼이 올해 2개 권역에서 추가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3개 권역은 내년까지 사업을 수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추경 편성 등을 통해서라도 지역혁신플랫폼이 전국 모든 권역이 수행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유은혜 부총리에게 건의했다.
유 부총리는 대학평가 개선과 관련한 총장들의 질의에 대해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발표 후 평가제도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대학 뿐 아니라 교육계와 국회에서도 제기됐다”며 “그동안의 성과 뿐 아니라 한계와 문제점을 깊이있게 돌아보고 올 상반기까지 현 대학평가 제도에 대한 정책 연구를 거쳐 평가의 연장선상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평가제도 개편 방향을 마련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역혁신플랫폼의 전국 모든 권역으로의 확대와 관련 유 부총리는 “이 사업이 예산만 확보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대학과 지자체, 기관이 무엇을 갖고 혁신을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계획과 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학이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특화 영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 분야는 새로운 혁신과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위기의 시기를 한편으로 새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분적인 제도 완화에 그치지 않고 고등교육 구조와 생태계 변화에 필요한 혁신방안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전환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고등교육법 등 대학 관련 법과 제도의 혁신에 대한 논의를 대학협의체와 정부 등 모든 유관 주체가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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