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경 한국외대 교수, 국제저명학술지 'Acta Koreana'에 논문 게재

한강 ‘소년이 온다’ 영어번역본 Human Acts에 관한 논문
영어 헤게모니와 문화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탈식민주의 번역’으로 주장

백두산

bds@dhnews.co.kr | 2022-01-10 16:10:35

윤선경 한국외대 교수의 논문이 게재된 Act Koreana 학술지 표지.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윤선경 영어통번역학부 교수가 국제저명학술지 Act Koreana에 논문을 게재했다.


10일 한국외국어대에 따르면 이번 논문은 지난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쓰의 ‘소년이 온다’(한강 작) 영어번역 Human Acts(2016)에 대한 것이다.


윤 교수는 이 논문에서 스미쓰의 번역을 영어 헤게모니와 문화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탈식민주의 번역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많은 비평가들은 스미쓰의 번역을 두고 지나치게 창조적이고 윤색이 많아 한국어 원본을 자국화하고 배신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스미쓰의 번역 Human Acts는 정반대의,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미쓰는 지난 2019년 탈식민주의 번역 특강에서 문학번역은 소수 언어와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교수에 따르면 탈식민성은 서구 중심주의를 거부하고 식민주의와 식민주의 유산에 의해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망각되고 억압받았던 소수 인종의 다양한 경험, 문화, 지식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특히 이와 관련해 로렌스 베누티의 ‘이국화’ 번역 개념이 유효한데, 이 번역은 영미권 문화제국주의에 맞서 지배언어인 영어와 소수언어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수언어와 문화를 존중해 창하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거부한다.


실제로 스미쓰는 Human Acts에서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다섯 페이지 분량의 서문을 추가해 설의 핵심 배경인 ‘광주 민주화 운동’을 둘러싼 한국의 현대사를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호칭이나 한글 같은 번역이 불가능한 한국의 독특한 언어적, 문화적 표현을, 생략하거나 유사 영어표현으로 대체하지 않고, 음차나 설명, 직역을 통해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한국 고유의 숨바꼭질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the hibiscus has blossomed’로 번역한다. 이것은 ‘Red Light, Green Light’으로 자국화한 ‘오징어 게임’ 자막 번역과 대조된다.


이외에도 ‘전태일’,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중요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추가하고 ‘박정희의 긴급조치 9호’나 ‘용산 참사’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윤 교수는 이같은 사례를 들며 스미쓰가 비록 영미권 독자들이 낯설어하더라도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최대한 살려서 한국인의 다양한 경험, 문화 및 역사를 보여주려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윤 교수의 논문은 번역이 단순히 언어적인 것으로서 순수하고 중립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적인 글쓰기임을 스미쓰의 탈식민주의 번역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며 “영미권 문화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 문화에 흡수되거나 전유되지 않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특징을 번역에서 살리어 한국문화를 주체적으로 세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번역의 예를 제시한다”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