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문학 진흥과 유지충원율

이승환

lsh@dhnews.co.kr | 2021-12-27 16:03:50

교육부는 지난 21일 인문학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22일에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학령인구 감소 대응안을 발표했다.


정체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해당 분야 연구자 지원을 확대하고 기초‧보호학문을 육성하는 데 있어 국립대 중심으로 대학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이 21일 발표된 기본계획의 골자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안은 적정 규모화를 통한 대학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유지충원율이 낮은 대학에는 정원 감축을 권고한다.


그런데 연이틀 발표된 두 방안을 접한 대학 입장은 무척 난감할 듯 하다.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교육부는 지난 8년간 인문계열 학과 148개가 사라지고, 입학정원도 8756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대학이 인문계열 학과부터 우선 구조개혁 대상으로 상정하고, 인문학 전공자들의 취업시장 소외 장기화로 학계 전반의 사기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률이 낮아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때문에 충원율도 신통치 않으니 정리대상 1순위가 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학 인문계열 침체의 원인을 잘 파악하고 있는 교육부가 바로 이튿날 대학의 유지충원율을 내년부터 점검해 정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는 데 있다.


인문계열 학과의 취업률과 충원율이 낮은 탓에 수년 간 학과가 폐지되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엇박자가 제대로 났다. 당장 대학 관계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냐”고 반문한다.


인문학 진흥이라는 기조를 따르려면 충원율과 별개로 인문계열 학과를 존치시켜야 하지만 충원율 지표에서는 낮은 점수를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대학 상황이 녹록지않다.


대학 입장에서 내년으로 닥친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먼저다. 수년간 지속돼 온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 특히 지방대가 평가에 대비한 방식은 취업률과 충원율 등 평가지표를 까먹는 학과를 하나둘 정리한 것이다. 유지충원율 점검에 앞서 인문학 유관 학과 구조 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인문학 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지표 중심 대학 평가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있다면, 또한 그로 인해 침체된 인문학을 되살리고자 5년간의 장기계획을 수립했다면, 내년부터 본격화될 대학 체질개선과 구조개혁 작업도 인문학 진흥 계획과 보조를 맞춰 진행돼야 한다.


여전한 인문학 열풍으로 최근에도 인문학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이 유독 대학에서 홀대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지 고민해 봐야 한다.


높은 취업률로 학생 유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인문학을 내친 대학의 잘못인지, 취업률을 평가 지표로 삼아 대학을 줄 세우고 있는 평가 주체의 문제인지 숙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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