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랬다면 어땠을까’
이승환
lsh@dhnews.co.kr | 2021-10-28 11:32:33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발표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 잠잠해진듯한 모양새다.
일반 재정지원 미선정 대학 중심으로 법적 소송이 예고돼 있긴 하지만 진단 결과 반발로 떠들썩했던 8월말 9월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학들은 올해 대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시기이고 교육부도 이번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로 분주하다.
진정 국면이라 하더라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과 교육당국 모두에 생채기를 남겼다.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은 어쩔 수 없이 ‘진단 탈락’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평가 주체인 교육 당국은 부실한 평가라는 비판을 받으며 향후 개선 과제를 떠 안았다.
누군간 통과하고 어느 대학은 탈락해야 하는 평가의 끝은 이렇듯 항상 후유증을 남긴다. 하지만 ‘이랬다면 어땠을까’, ‘이랬다면 생채기가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발표의 처음과 끝을 지켜보며 남는다.
‘가결과를 꼭 발표해야 했을까.’
가결과 발표는 필요한 절차다. 진단 경과를 상세히 안내할 뿐 아니라 최종 결과 발표에 앞서 대학의 이의신청을 수렴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결과 발표 때 미선정 대학 명단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데서 의문이 남는다.
이의신청과 이에 따른 심의 절차가 남아있고 최종 결과 발표는 보름 이후로 예정돼 있다면 평가 대상 대학에만 가결과를 통보했어도 충분했다.
미선정대학 명단이 고스란히 공개됨에 따라 8월 17일 가결과 발표 때 이미 미선정대학은 진단 탈락 대학으로 각인됐다. 최종결과가 가결과와 동일하게 발표됨에 따라 가결과 발표와 이의신청 절차도 무의미해졌다.
‘발표시기는 꼭 수시원서 접수 직전이어야 했을까.’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결과는 올해 수시 원서접수 직전 발표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단 한 명의 수험생이라도 더 유치해야 하는 대학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미선정대학에는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대학의 반발이 그 어느때보다 거셌던 것도 이같은 이유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 확정과 향후 일정에 따른 불가피한 발표 시기 선정이었다 하더라도 대학 입장을 고려한 유연한 일정 조정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미선정대학은 그렇게 대응해야 했을까.’
대학 기본역량 진단 미선정대학은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정부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지원에서만 제외됐을 뿐이다. 학생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반면 올 4월 지정된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경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규제가 있어 재학생 뿐 아니라 신입생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미선정대학은 가결과 발표에 반발하며 이 점을 크게 부각시켜야 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건실한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설령 미선정대학이라도 학생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을.
하지만 진단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자체에 반발함으로써 오히려 ‘어 정말 문제가 있는 대학이구나’라는 인식만 더욱 짙어진 것은 아닐까 여겨진다. 반발이 지속될수록 언론 노출은 계속됐고 심지어 대학 구성원들조차 재정지원제한 대학과 혼동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지난 9월 30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 제도의 개선 방향과 대학 재정지원 방식 등을 논의할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별도의 협의기구가 첫 회의를 가졌다. 협의기구는 미선정 대학의 재도전 기회 여부도 조만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기구가 보다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마중물로 자리매김해 3년마다 한번씩 대학가를 휩쓰는 평가의 거친 소용돌이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없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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