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학부 최초 난민 학생 입학...'난민소녀' 대학생 됐다

가나 난민촌서 태어난 그레이셔스 씨,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 합격

오혜민

ohm@dhnews.co.kr | 2021-02-23 09:47:26

그레이셔스 씨가 막내 동생을 돌보고 있다. 사진=조진섭 사진가 제공

[대학저널 오혜민 기자] 성공회대학교(총장 김기석)는 2021학년도 수시모집으로 인문융합자율학부에 그레이셔스 씨가 입학함에 따라 학부 최초로 난민 학생이 입학했다고 23일 밝혔다.


가나 난민촌에서 태어난 그레이셔스 씨는 10살 때인 2012년 엄마와 함께 한국에 왔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국학교에 다니기 시작해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 전단지 배포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고등학교에서 영어 시사 토론반 활동을 하며 통역사의 꿈을 키웠다.


그레이셔스 씨는 “영어학전공을 공부해 통역사의 꿈을 이루고 싶어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첫 학기 등록금은 한국어능력우수자에게 주어지는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해결했고, 입학금은 한국인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기숙사비는 그의 사연을 알게 된 성공회대 직원들이 100여 만 원을 모아줘 납부할 수 있었다.


그레이셔스 씨는 “비자와 경제적 문제로 대학은 못 갈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대학생이 돼 기쁘기도 하고 가족들의 비자가 불안한 상황이라 두렵기도 하다”며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나가서 졸업까지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레이셔스 씨를 위해 직원 대상 모금을 주도한 성공회대의 한 직원은 “가족 중 유일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어 가장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가려는 의지가 대견스러웠다”며 “성공회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공회대와 난민 학생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공회대 학부 입학은 그레이셔스 학생이 최초이지만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전공(MAINS)에는 이미 콩고, 미얀마, 이라크, 예멘에서 온 4명의 난민 학생이 졸업한 바 있다.


한편 그레이셔스 씨와 가족들은 NGO(비정부기구)단체의 도움으로 난민신청을 해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난민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1년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인도적체류허가자다. 따라서 그레이셔스 씨와 가족들은 여전히 추방의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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