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남 것 탐내는 분자'로 몸속 물과 단백질 관계 본다"

권오훈 교수팀, 생체 속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방법 제시

신효송

shs@dhnews.co.kr | 2020-04-28 13:26:56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UNIST(총장 이용훈) 자연과학부 권오훈 교수팀이 레이저 빛을 받으면 ‘주변 물에서 수소 이온을 뺏는 분자’를 이용해 생체 속 물(Biological water)이 가진 ‘수소 결합 에너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단백질 주변에 있는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어, 그 구조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팀과 아주대(총장 박형주) 응용생명화학공학과의 유태현 교수팀이 함께 진행했다.


수소 결합(Hydrogen bond)은 수소와 결합한 분자 주변에 나타나는 전기적 끌어당김이 만든 화학결합이다. 물 분자끼리의 연결이나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에 이 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소 결합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므로 물에 둘러싸인 생체고분자의 구조에도 영향을 줘 기능을 바꾸게 된다.


따라서 생체고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려면 특정 위치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생체고분자는 수많은 물 분자 속에 둘러싸여 원하는 위치에서 영향을 주는 물 분자들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하기 어렵다.


생체 속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빛을 받아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되면 주변 ‘물 분자의 수소 이온(H⁺)를 탐내는 분자(7-아자트립토판)’를 활용했다. 이 분자가 물 분자의 수소 이온을 빼앗을 때 주변 물의 수소 결합이 끊어졌다가 재배치되는데, 그 반응 속도를 보고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추론한 것이다.


7-아자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은 들뜬 상태에서 이웃한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을 뺏고, 자신의 수소 이온을 다시 물 분자에게 준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간 수소 결합은 끊어졌다가 재배치된다. 물 분자간 수소 결합 세기가 클수록 결합을 끊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반응 속도가 느리다.


연구팀은 7-아자트립토판을 이용한 인공단백질을 합성해 이 내용을 검증했다. 우선 7-아자트립토판이 들뜬 상태에서 방출하는 빛을 피코초(Picosecond, 10억 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하는 분광법을 이용해 반응 속도를 구했다. 그 결과 단백질 주변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는 단백질이 없는 상태보다 낮게 나타났다. 단백질 주변의 물은 수소결합 에너지가 작아서 더 쉽게 끊어지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결과와도 일치했다.


권오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속 특정 영역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도출하는 실험적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생체고분자인 단백질의 구조나 접힘을 파악하고, 단백질-리간드(ligand) 결합과 같은 수많은 생물학적 현상에서 생체 속 물의 역할을 추적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어 신약 개발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주목 받는 논문(Hot Paper)이자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동시에 선정돼, 4월 27일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