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학교 차별에 멀어지는 능력중심 사회

일부 기업, 지방대 출신 채용에서 제외…학벌중심 채용 만연
능력위주 채용해보니 '편견'에 불과…제도 장치 마련해 차별 없애야

신영경

ykshin@dhnews.co.kr | 2019-05-31 15:27:25

[대학저널 신영경 기자]“고등학교 때부터 진로(전공)가 확실했고, 학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괜찮은 수도권 대학에도 합격했지만, 제 의지에 따라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지방의 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잡대(지방에 소재하는 잡스러운 대학의 준말)생’ 취급을 받으며 모멸감을 자주 느꼈어요." - 지방대 졸업생 25세 박 씨


위 사례처럼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지방대 출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깊숙이 박혀있다. 특히 취업현장에서의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불필요한 혐오 현상을 없애려면 제도적 장치 도입이 최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취업현장 지방대 출신 차별 '심각'…능력 부족하다는 편견 만연


지난해 채용비리를 혐의를 일으킨 신한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면접 등 단계별로 총 154명을 부정한 방법을 통해 합격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출신 학교에 따라 차별대우를 한 정황이 드러나 화제가 됐다.


신한은행은 '최상위 그룹대'와 '서울 기타대', '지방 소재대'로 지원자들의 출신 대학을 나눠 차별적 합격 기준을 적용했다.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는 서류심사조차 하지 않고 탈락시키는 '필터링 컷' 제도를 운용했고, 일부 지방 대학 출신들은 심사에서 아예 배제하기도 했다.


실제 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지방대 출신 지원자의 채용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제출한 351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실적을 보면, 대표적인 공공기관들이 지방대육성법에서 권고하는 지역인재 채용률 35%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68.6%가 신입직원 채용 시 ‘어느 정도 학벌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6.5%는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9%에 불과했다.


취업 컨설팅 전문가 A씨는 “대학 서열화가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어 왜곡된 학력경쟁 아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지방대 출신이 전체 대학 졸업자 중 70%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지방대 학생들의 채용 문턱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에는 지방대 출신은 능력이 부족하고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대생들을 ‘지잡대생’이라 비하하고 멸시하며 자연스럽게 차별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채용'하니 40%가 지방대 출신…차별 막는 법적제도 절실


현 정부는 학벌로 인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력과 나이 등 스펙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기업에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 이미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이를 의무화한 상태다. 편견이 될 만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능력을 우선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가 2017년 실시한 개발자 신입 공채는 기업 블라인드 채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 신입직원 첫 블라인드 공채 결과, 국내 대학 합격자 10명 중 4명이 비서울권 소재 대학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와 같은 선발결과는 출신 대학 서열에 따라 취직과 미래가 결정된다는 기존 사회 통념을 뒤집은 결과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블라인드 채용과 같은 공정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출신학교에 대한 차별을 막는 첫 걸음”이라며, “법적 제도를 통해 출신학교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4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도종환 국회의원실, 교육을바꾸는새힘과 공동 주최로 교육고통 해소를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학교와 학력에 따른 차별을 막을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입학·취업·승진 과정에서 학력과 학벌에 따른 차별 관행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과열된 사교육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사교육걱정 측은 그간 출신학교 차별 실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해왔다. 20대 국회에 들어 7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논의 없이 계속 계류 중이다.


사교육걱정 송인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기에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 상황 전반에서 출신학교가 그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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