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0년,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로스쿨생 “합격자 수 늘려달라” vs 변호사업계 “합격자 수 오히려 더 줄여야”
법대 교수들은 ‘신(新)사법시험 도입’ 필요성 제기

임지연

jyl@dhnews.co.kr | 2019-04-30 16:52:43

지난 18일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궐기대회'에서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자료)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을 자격화하고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 주장하고 있으며, 변호사업계는 시장규모 특성 상 합격자 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법대 교수들은 로스쿨이 사실상 실패한 제도라며 새로운 사법시험 제도 도입을 주창하는 등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스쿨생들 “합격자 수 늘려달라”


법무부는 최근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691명으로 결정, 지난해(제7회)보다 합격자 수를 92명 늘렸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50.78%로 전년보다(49.35%) 소폭 상승한 수치다. 현재 합격자 수는 매년 로스쿨 입학 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을 기준으로 기존 합격 규모나 법조인 수급 현황, 채점 결과 등을 고려해 법무부가 결정하고 있다. 일종의 ‘정원제’인 셈이다. 법무부는 2010년부터 ‘로스쿨 입학정원의 75%인 1500명 이상’이란 기준 등을 적용해왔으며, 매년 합격자 수를 1500명 전후로 결정했다.


문제는 시험 회차가 거듭될수록 재응시자가 누적돼 합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2010년 1회 시험 87.15%, 2회 75.17%, 3회 67.63%, 4회 61.11%, 5회 55.2%, 6회 51.45%로 하향 곡선을 그리다 작년 7회 시험에서는 49.35%를 기록, 합격자 수가 응시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근 발표된 8회 시험 합격률은 50.8%로 3330명 응시자 중 1691명이 합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스쿨 졸업·재학생들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어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 수를 늘려 많은 국민들이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매년 합격률이 떨어지고, 최대 5회 응시 제한까지 두는 등 당초 진입장벽을 낮추려던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합격자 수를 늘리고, 변호사사험을 자격시험화 하라”고 주장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역시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에서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합격률의 정상화만이 시험을 위한 법학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전문적·다원적 식견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고 국가 우수 인력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백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로스쿨 제도가 ‘1500명의 정원제 선발시험’처럼 운영돼 과거 사법시험과 비슷한 폐단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도 로스쿨생들을 지지하며 “로스쿨 교육을 정상적으로 밟은 사람이면 변호사 자격을 어려움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업계 “합격자 수 오히려 더 줄여야”


하지만 변호사업계는 “합격자 수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사, 변리사 등이 변호사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등 유사직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조인 배출 수를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법률시장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변호사 배출 수가 늘어나면 모두 죽는다는 취지다.


로스쿨생들이 집회를 연 22일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 60여 명은 맞불 집회를 열어 “신규 변호사배출 규모보다 변리사·세무사·법무사 등 유사직역 정리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규 유사직역 자격증을 제한하고 로스쿨로 신규 법조인력 배출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가 나서 유사직역을 포함해 법조인력 수급구조를 재설계해야 하며, 변호사 고유업무인 송무중심 법률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특성상 시장상황에 대한 현실파악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대 교수들 "로스쿨 사실상 실패, '신(新)사법시험' 도입해야"


한편 법대 교수들은 로스쿨 실패를 지적하며 ‘신(新)사법시험’ 도입을 통해 제도가 개선돼야 함을 주장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공개한 내용을 분석해 보면 로스쿨 제도가 완전히 실패한 제도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로스쿨은 학문으로서 전문법학을 기능공을 양성하는 기술법학으로 전락시켜 법학교육의 전문성을 저하시켰다. 특정 명문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독식현상은 더 심화됐고, 그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능력을 오히려 법조인조차 부정하는 심각한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짚었다.


교수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합격자 수의 인위적 상향 ▲낮은 합격점수 ▲응시제한 완화 등이다. 특히 변호사시험 합격기준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54.55점이라며, 문제의 절반 정도를 정답으로 맞힌 합격자들을 국민이 전문법조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법학교육의 발전과 다양한 인재 발굴 측면에서 3년 로스쿨 제도는 사법시험제도에 비해 나아진 점이 전혀 없다”며 “‘고시낭인’ 주장에 비해, 3년간 1억 원 이상의 큰 투자에도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로스쿨낭인’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지금 로스쿨 제도의 우회로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도 응시할 수 있는 ‘신사법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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