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문제, 직선제 도입 요구에 ‘뜨거운 감자’로”
간선제 폐해로 총장 직선제 요구 빗발쳐<BR/>선출 과정에서 학생 반영율 두고 난항…"활발한 논의 체제 마련돼야“
신영경
ykshin@dhnews.co.kr | 2018-12-24 16:56:16
[대학저널 신영경 기자] 최근 대학가에서는 ‘총장 직선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총장 임명제와 간선제가 낳은 폐해를 지적하며,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민주적인 절차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신임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는 대학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간선제의 폐해…총장 직선제 요구 확대
국내 대학의 총장 선출 방식은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따르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제24조)에는 총장 선출 방식을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간선제)‘나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 방법(직선제)’ 가운데 하나를 대학 구성원들이 선택하게 돼 있다. 사립대 총장 선출을 규정한 사립학교법은 총장 선출에 관한 모든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현존하는 총장 선출제도 현황은 크게 완전임명제와 직선제, 간선제로 나뉜다.
우리나라 사립대의 대부분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완전임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학 총장 선출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대학들의 총장 선출 방식에서 대학 구성원의 참여가 제한된 ‘완전임명제’가 72%에 달할 정도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대학 총장 비리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총장 임명제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대학 구성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대학 운영 방식에도 큰 문제점이 제기됐다.
원광대의 경우 일부 교수들이 새 총장 후보자 선임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따른 진상규명과 총장 직선제 요구에 나섰다. 원광대의 '총장 선임 의혹 진상규명과 총장 직선제 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구성원의 80%가 지지한 총장 직선제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총장선거가 비리와 의혹으로 점철됐다"고 주장했다.
총장 직선제의 장점은 대학 구성원들의 이해·요구가 총장 선출에 반영되면서 총장이 대학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립대의 경우 대부분이 법인 임명제를 따르는데, 이사회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등 간선제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면서 총장 선출제도가 쟁점이 되고 있다”며 “특히 총장 직선제는 이화여대가 입시비리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사립대학 최초로 총장 직선 투표를 실현했던 게 대학가의 큰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총장직선제, '선출방식'이 문제
그러나 현재 많은 대학들이 총장 직선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많은 문제점이 따르는 것도 현실이다. 총장 선출방식과 투표권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마찰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총장 직선제 방식은 투표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비율에 따라 크게 ‘교직원 직선제’와 ‘상향식 직선제’로 나뉘게 된다. 얼마 전 총장 직선제를 이룬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상지대는 모두 상향식 직선제를 선택했다. 상향식 직선제는 기존 교수와 직원들이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인 교직원 직선제와 달리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과 동문 등 대학 구성원 전체가 총장 선거에 투표권을 갖는다. 문제는 바로 이와 같은 총장 직선제 방식을 두고 학내 구성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남대는 지난 20일 학무회의를 열어 '총장임용 후보자 선정은 교육공무원법을 준수한 직선제로 하되, 이에 관한 사항은 따로 정한다'는 내용의 총장 직선제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학칙 개정안은 교직원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 심의만 남겨두게 됐지만, 최종 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충남대 직원·조교·학생 단체가 이와 같은 학칙 개정안이 사실상 ‘교수 중심의 총장 직선제’라며 크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 이들은 최근 '대학 민주화를 위한 충남대 구성원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학칙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직선제 폐해 줄일 묘안 찾아야
직선제의 폐해도 적지 않다. 과거 민주화 열풍으로 대학들은 총장 직선제를 도입해왔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립대부터 총장 선출제도를 간선제로 전환했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학 내 파벌과 갈등을 조장, 각종 공약 남발로 인해 등록금 인상에 영향을 주는 등 적잖은 문제를 낳기도 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선출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학 내에서 구성원들의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대학 구성원들에 의해서 운영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학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자율적으로 표출되고 이를 수렴하는 논의구조가 잘 갖춰지지 않은 편이다. 그렇기에 간선제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는 직선제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총장 직선제가 보여줬던 폐단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학생들의 투표 반영비율을 높여 총장 직선제의 좋은 사례를 늘려가야 한다. 최근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상지대는 직선제를 실현해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다. 대학이 구성원들의 참여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는 변화의 목소리는 점차 커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대학들이 민주적인 의사절차를 통해 합의를 이뤄 올바른 총장 선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한 대학 관계자는 “직선제 총장 선출 이후 대학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경우도 종종 봐 왔다”며 “상대진영을 포용하고 함께 대학을 운영한다는 차원에서 서로에게 보직을 개방하고 상대의 좋은 공약을 실천하는 풍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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