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과 연구중심대학 육성'

[특별기고] 전호환 부산대 총장

대학저널

webmaster@dhnews.co.kr | 2018-10-23 09:00:00

"대학과 정부, 지자체,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을 이뤄보자."


사람이 심장만 튼튼하다고 해서 몸 전체가 건강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현 문재인 정부가 역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심각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개선하고 우리나라의 건강한 발전과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전략이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정부가 지역 주요 국립대학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끌어낼 지방 대도시의 발전은 그 도시에 소재한 대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젊은 층을 도시로 유입하게 하고 지방에 인재들이 머물게 하는 중대 요인이 된다. 또 지역의 문화와 경제, 정치를 이끌 지도자를 배출하거나 지역산업과 연계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지적 거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즉 ‘대학과 도시의 상생발전’은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이 시대의 핵심 전략이자 효과적 수단이고, 동시에 추구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지역균형발전과 국가발전을 이루려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내재된 우리 사회의 잠재적 능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숱한 정책과 노력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위기마저 맞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전국에 포진하고 있는 국공립대, 특히 거점 국립대학들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원‧육성해 국가와 지역발전을 이끌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구중심대학은 국가 발전과 혁신의 근본적인 원천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지식의 축적과 전수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전략적 파트너십이 한 번도 없었다. 국립대의 재정을 정부가 주도하면서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했고, 투자는 분산되었다. 우리도 이제는 연구중심대학을 유형화하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그 어떤 고등교육 정책보다 우선되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또한 연구중심대학 육성 정책의 핵심 전략을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연구중심대학과 국가발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가시적 성과를 경험했던 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은 정부의 전략적 정책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연방정부·주정부·기업·연구비 지원기관·기부단체들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국가 위기상황 극복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선제적 구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면서 발전해왔다.


남북전쟁이 진행 중인 1862년, 미 의회는 ‘토지무상양도법(the Morril Land-Grant Act)’을 통과시켜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했다. 그 결과 세계를 먹여 살린 농업녹색혁명이 있었고, 제조업은 20세기 미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자, 미 의회는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구축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대학원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러한 확장된 파트너십은 미국이 동서냉전에서의 승리는 물론,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2016년 8월 내가 미시간대학을 방문하여 두데스텟 전 총장을 만났더니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Research Universities and the Future of America)’라는 책을 건네줬다. 미 의회의 요청으로 2012년 출간된 이 책의 부제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10개의 필수 혁신강령’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연구중심대학의 역할과 육성 전략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연구중심대학 활성화를 위한 파트너십의 활성화, 대학의 역량 강화, 그리고 인재양성이라는 3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10가지 권고안이 포함되어 있어 소개한다.


첫째,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의 흐름과 지식인을 양성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개별 연구중심대학이 수행하는 연구개발과 대학원 교육을 위한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별 거점 국립대학이 지역과 지방의 강점을 활용하고 민첩하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중심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연구 파트너십에서 기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대학의 협력을 촉진하는 연구지원 구조를 구축해 지식의 창출과 효율적 활용으로 국가의 중요 정책을 실현하고 경제 성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넷째, 연구중심대학은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의 지원과 노력에 부응하고, 이들 이해관계자에게 더 높은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대학의 비용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다섯째, 연구중심대학을 지원하는 전략적 프로그램은 국가 주요 우선순위 선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여섯째, 정부와 유관기관들은 연구중심대학으로부터 얻게 될 연구프로젝트의 결과 창출에 필요한 충분한 비용을 일관되고 투명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곱째, 연구중심대학의 행정비용을 증가시키고 연구생산성을 방해하며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규제를 줄여야 한다.


여덟째, 중도 탈락률, 학위취득 기간 그리고 학생의 직업기회와 국가이익 간의 조정 같은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재능 있는 많은 학생들이 연구중심대학의 대학원 교육과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원 과정을 재편해야 한다.


아홉째,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집중 육성하여 글로벌 경쟁시대의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열 번째, 우리나라의 이익에 큰 역할을 할 다양한 외국 유학생과 외국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교육받고 연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혁신에 의해 움직인다. 아이디어나 신제품 그리고 혁신공정들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가의 안녕과 안보에 기여하고 높은 생활수준을 가능케 했다. 우리나라에서 거점 국립대학과 정부, 지자체, 그리고 기업 간의 파트너십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국립대학의 비중을 높이고 재정지원도 대폭 늘려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과 도약의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나는 위 권고안들이 우리나라 거점 국립대학 육성과 혁신의 전략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그 결과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 그리고 대학과 도시가 하나가 되어 상생 발전하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지원은 물론, 대학의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뒤따르길 바란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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