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기숙사 건립에 '진통'

임대업자와의 수용인원 축소 합의에 학생·교수들 '철회 요구'<br/>학교 측 “고심하면서 문제 풀어나갈 것”

최진

cj@dhnews.co.kr | 2018-09-21 17:35:14

[대학저널 최진 기자] 경북대학교(총장 김상동)가 2차 신축기숙사 건립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기숙사 건립을 두고 대학 인근 원룸업자들의 반발로 수용인원을 감축하겠다고 하자, 이번엔 교수들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집단행동을 시작했고 교수들은 대학 구성원들 몰래 진행된 합의 자체가 원천무효라는 입장이다.


경북대는 2017년 7월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교내에 수용인원 1209명 규모의 민자 사업 방식 기숙사 신축을 시작했다. 경북대 기숙사 수용률은 18.6%로 재학생 2만 2000명 가운데 약 41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는 교육부 권고 기준인 25%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고, 거점국립대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이에 경북대는 2019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연면적 2만 2388㎡에 지상 14층, 지하 1층 규모, 608개 호실로 구성된 신규 기숙사 건립을 시작했다. 또한 교육부 기준인 25%를 달성하기 위해 3차 신축기숙사 계획도 진행했다.


그러나 경북대 주변 원룸업자들은 임대료 수입 감소를 이유로 집단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2018년 4월 건물주와 원룸업자 등으로 구성된 ‘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를 출범시켜, 공사장 진입로를 차단하고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여는 등 3개월가량 무력을 동원해 공사를 방해했다. 건물주와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60~70대 노인들이고 자취생들의 월세를 받아 생활하기 때문에 기숙사 신축은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결국 경북대는 정태옥(대구 북구을) 의원의 중재로 8월 21일 원룸업자들과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을 구두로 합의했다. 경북대는 신축 기숙사 수용인원을 1209명에서 1109명으로 감축하고 기존 기숙사 수용인원도 232명을 줄여, 총 332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기숙사 수용인원 332명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번에는 학생들이 반발에 나섰다. 제51대 학생 중앙운영위원회는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에 대해 학교로부터 어떤 내용도 전해 듣지 못했다며 학교 측의 결정에 분개했다.


중앙위원회는 학생들 몰래 수용인원 축소를 합의한 학교 측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숙사 건립을 원안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본관 점거농성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 것을 경고했다. 현재 학생들은 기숙사 인원감축 반대시위와 현수막 게시, 국민청원 등으로 학교 측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교수회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기숙사 신축에 항의하는 원룸사업자들의 요구에 불응했던 경북대가 국회의원의 개입으로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안에 합의했다”라며 “학교의 이익을 보호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총장이 국회의원의 압력에 굴복해 원룸사업자들의 이익을 떠받드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협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학생과 경북대 구성원이 배제된 점 ▲기숙사 신축을 허가한 교육부와의 약속 내용을 대학이 일방적으로 바꾼 점 ▲경북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주어진 총장의 권한으로 학교 이익에 반대되는 결정으로 내렸다는 점을 짚으며 기숙사 수용인권 감축 협의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본부가 그동안 ‘기숙사 합의 관련 언론기사는 오보’라고 일축하면서 원룸업자들과의 합의는 일체 없었다고 부인하다가 8월 20일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합의했다’고 갑자기 말을 바꾼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교수회는 총장과 대학본부가 정당성 없는 합의를 강행해 경북대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평판을 악화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경북대 관계자는 <대학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문제는 ‘학교 측도 어쩔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숙사를 건립하기 위해 원룸업자들과 합의를 하니, 학생들과 교수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라 시간을 두고 문제해결을 고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4월 기숙사공사가 진행됐을 때 원룸업자들이 불법으로 학교에 들어와서는 대학본관에서 난동을 피우고 레미콘 차 앞에서 드러눕는 등 여러 불법행위를 했다. 경찰을 불러도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지켜만 봤다. 학생들도 행동이 없었다. 그렇게 3개월간 공사가 멈췄었다”라며 “3개월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사비도 문제였고 완공 시기도 문제가 됐다. 학교도 원해서가 아니라, 합의를 피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기숙사 공사를 안 할 수도 없고 학생들의 시위를 언제까지 지켜볼 수만도 없다. 올해 4월부터 대책회의를 하면서 어렵게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라며 “현재 상황이 급박하고 언론에서 문제를 삼는다고 해서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아직 학생시위나 교수회 입장문에 대한 대응도 결정된 것은 없다. 고심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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