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예고', 갈등도 '불가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19대 대통령 당선</br><대학저널>, 교육공약으로 본 전망과 쟁점 분석
정성민
jsm@dhnews.co.kr | 2017-05-10 08:46:31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에 '문재인표 교육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육공약을 두고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저널>이 더불어민주당의 19대 대선 공약집(최종본)을 통해 향후 교육정책의 전망과 쟁점을 살펴봤다.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 교체···당선과 함께 임기 시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9일 19대 대선이 실시된 결과 총 3267만 2101표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1342만 3800표(41.08%)를 득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785만 2849표(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699만 8342표(21.41%)를 각각 얻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보수에 이어 진보로 정권이 교체됐다. 또한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재도전 끝에 대통령 당선에 성공했다. 특히 19대 대선은 탄핵에 따라 당초 일정보다 7개월여 앞당겨 조기에 치러졌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임기는 선관위가 10일 오전 8시 9분 당선을 의결하면서 즉시 시작됐다. 임기 만료일은 2022년 5월 9일이다.
대입 단순화, 교육부 기능 개편 추진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 모토는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대영초등학교 어울림실에서 교육정책을 발표하며 "모든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국가가 초중고 교육을 완전히 책임지는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교육분야별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유아: 누리과정 예산 정부 부담 확대, 국공립 유치원 40%까지 확대, 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안심교육인증제 도입 ▲초중고: 온종일마을학교 도입, 1:1 맞춤형 성장발달시스템 도입(초),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DIY형 교육) 추진, 1수업 2교사제 도입 ▲대학: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 지역 소규모 강소대학 교육·직업 중심 특성화 지원, 공영형 사립대 전환·육성,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네트워크 구축,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일반+특수목적), 국공립 전문대학·공영형 전문대 육성 ▲입시: 대입 단순화(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수능), 수시전형 대폭 개선, 대입 비리 연루 대학 지원 중단,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추진,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검토, 기회균형선발전형 의무화, 로스쿨 블라인드 면접 의무화 ▲사교육 경감: 혁신학교 전국 확대, 초중고 필수 교과목 최소화·선택과목 확대, 초중고 문예체 교육 강화, 자유학기제 확대, 일제고사 폐지(초중), 교사별 평가·절대평가 실시(중), 휴학제 허용(중고) ▲교육기구 개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설치, 초중등교육업무 단위학교와 시도교육청으로 이양, 교육부 기능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 개편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체제: SW교육 확대·스마트 학교환경 구축, 초중등 SW 교육 인력 1만 명 확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교육과정 개발 ▲기타: 교장 공모제 확대, 교과 교사와 비교과 교사 증원,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노후학교 시설 개선 위한 국가 차원 계획 수립, 학교교육시설 안전 인증제 도입, 학교 전기요금 부담 완화, 특성화고 3년 재학연한 폐지·학점제 도입 등이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은 박근혜정부와 완전히 선을 긋고 있지 않다. 자유학기제가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며,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체 중학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도입했다. 현재 중학교들은 ▲1학년 1학기 ▲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 가운데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운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교육공약으로 자유학기제 확대를 제시했다. 이는 자유학기제의 성과를 인정한 대목이다. 실제 교육부가 공개한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시행 성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8회 이상 체험활동에 참가했고, 만족도 평균은 4.7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특히 자유학기제 경험 학생의 국어·영어·수학 학업성취도가 미경험 학생에 비해 높았다. 대입 단순화, 초중고 문예체 교육 확대, SW교육 확대 등의 교육공약도 박근혜정부에서 본격 추진된 교육정책들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진보정당 출신으로서 기존 보수정권의 정책 뒤집기도 예고했다. 우선 박근혜정부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심한 갈등을 겪자,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부담 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짐으로써 일명 '보육대란' 재현을 예방하겠다는 의지다. 이명박정부의 대표 교육브랜드로 꼽히는 자사고를 비롯해 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교육공약도 진보정당의 성향이 뚜렷하게 반영됐다.
온종일마을학교 도입, 고교학점제(DIY형 교육) 추진 등 일부 교육공약들은 문 대통령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먼저 온종일마을학교 도입은 아동과 청소년 완전책임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추진된다.학교 안 마을학교(A형)과 학교 밖 마을학교(B형)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 학교 안 마을학교(A형)는 '아침 돌봄학교-정규 교과 수업-저녁 돌봄학교 또는 청소년학교'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학교 밖 마을학교(B형)는 '아침 활동 프로그램-학교 밖 아이들 지원프로그램-저녁 돌봄학교 또는 청소년학교'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교학점제(DIY형 교육)는 고교에서 필수교과를 최소화하고, 학생에게 교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고등학생들도 대학생들처럼 원하는 강좌를 신청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진로설계 지도를 강화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갈등의 불씨 존재, 대립 불가피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인계 작업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내각과도 한동안 동거가 불가피하다. 결국 문 대통령표 교육개혁이 본격 추진되기 위해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갈등의 불씨가 존재한다는 것.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교육부 기능을 축소할 방침이다. 현재 교육부의 초중등교육업무를 단위학교와 시도교육청으로 완전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
하지만 국내 최대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교육부 기능 축소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국가가 유·초·중등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현재 교육은 물론 미래 교육도 포기하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국가 수준의 통일된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총은 "국가 수준의 체계적인 교육의 질 관리와 효율적 집행을 위해 중앙교육부처의 권한을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는 것이 당선 이후 우리 교육이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에는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 절대평가 추진이 포함됐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은 곧 2012학년도 수능을 의미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업무보고에서 5월까지 '2021 수능 개편안 시안'을 마련한 뒤 7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1 수능 개편의 핵심 쟁점은 절대평가 전면 도입 여부다. 현재 교육단체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수능 점수 경쟁에 따른 사교육 시장 확대와 학업 스트레스 심화 문제 해결을 위해 2021 수능 영역 전체에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가 대학 입학처장 38명, 고교 진학지도교사 272명 등 총 3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2021 수능에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자는 의견'이 28.5%(대학 입학처장 6명+고교 교사 82명)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수능 전 영역 등급제 절대평가 도입으로 인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변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입 선발 기능이 약화되고, 대학별고사가 도입될 우려가 있다. (대학별고사 도입으로) 사교육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며 "수능 전 영역 등급제 절대평가 도입은 단순한 점수 체제 변환이 아니고 수시, 정시를 포함하는 전체 입시 전형 체제와 연관되는 쟁점으로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포탄의 뇌관이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이 진보성향의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2014년과 2015년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자 반발이 거셌다. 당시 서울 자사고 교장들은 "운영성과 평가는 자사고 폐지를 염두에 두고 실시된 명백하게 편향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자사고 설립 목표, 운영성과와는 상관없이 (조희연) 교육감의 의중에 따라 학교 존폐가 결정되는 비상식적인 적폐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탄핵, 조기대선을 겪으며 취임한 문 대통령. 교육정책에서도 대대적인 개혁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갈등의 불씨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이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며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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