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교육부, 대수술 '예고'

폐지·축소 공약 제시···교육정책 총괄 전담기구 설치 한 목소리

정성민

jsm@dhnews.co.kr | 2017-04-27 10:53:42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준식)가 이명박정부 이후 다시 풍전등화(風前燈火·'바람 앞의 등불') 신세에 처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에 해체 위기까지 몰렸다가 교육과학기술부로 기사회생한 데 이어 19대 대선후보들이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 공약을 제시,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는 것. 특히 대선후보들은 물론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도 교육부가 아닌 교육정책을 총괄할 전담기구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선 이후 교육부의 운명에 교육계와 대학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폐지부터 축소까지 교육공약 제시
현재 주요 대선후보들은 한결같이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에 동의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현재 교육부는 '교육통제부'다.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말 잘 듣는 대학에 돈을 주는 형태로 정책을 운영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율성이 말살,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도 없으며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불가능하다"면서 "지금의 교육통제부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장기 계획이 가능한 국가교육위원회와 장기 계획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로 개편해야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후보 등은 폐지보다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문 후보는 초·중·고 업무를 교육청으로 넘기고, 교육부는 대학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 후보는 교육부 업무를 교육복지 업무 등으로, 심 후보는 교육부 업무를 행정·관리 분야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교육부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교육부 폐지·축소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정책을 총괄할 전담기구 설치다. 이를 위해 문 후보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안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 개편을 주장하고 있으며 홍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 유 후보는 미래교육위원회, 심 후보는 교육미래위원회 설치를 각각 제안하고 있다.


국민 여론, 교육계, 대학가도 한 목소리
교육부 폐지·축소 또는 교육정책 총괄 전담기구 설치는 비단 대선후보들만의 구상이 아니다. 국민 여론, 교육계와 대학가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 분담' 질문에 대해 37.3%는 '교육정책을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하자'는 의견에, 31.4%는 '교육부는 대학을 담당하고 교육청은 유·초·중등 교육을 담당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응답자의 약 70%가 교육부 폐지와 역할 축소에 동의한 것. '교육부 권한 강화'에 동의한 응답자는 12.8%에 불과했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지난 2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각 정당 대선후보 교육정책 책임자 초청 토론회를 열고 국가교육개혁위원회 설치와 교육부의 발전적 해체 등을 담은 '7대 교육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기수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전 고려대 총장)은 "(국가교육개혁위원회는)적어도 10년 이상 임기를 두고 장기적 차원의 정책을 마련하는 중립 기관이 돼야 한다"며 "대학 행정 관련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와 통합해 '혁신전략부'를 설치하고 초중고 행정 기능은 보건복지부의 보육,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기능과 통합해 '아동청소년학교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이하 대교협)는 '대학 발전을 위한 정책 건의(대선 과제)'로 고등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대교협은 "4차 산업혁명, 인구 저성장 등의 환경변화 속에서 고등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장기 발전전략 수립이 요청되고, 고등교육의 장기 발전전략과 정책설계 등을 담당할 고등교육위원회 같은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정책 총괄 전담기구 설치는 필요하지만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에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대변인은 "아무리 자율화, 분권화라고 해도 국가적으로 바라는 인재상,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한 시·도에서 담당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적으로 공통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며 "분권화와 지방화가 발달된 선진국에도 교육부가 다 있지 않나. 국가가 바라는 교육 방향 기준 등을 위해서라도 중앙부처(교육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총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범정부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교육부 역할 확립을 포함, '제19대 대선 교육공약 요구과제'를 발표했다.


대수술 불가피, 사회적 불신 방증
"많은 대권주자들이 교육개혁을 말하면 교육부 폐지가 나온다. 많은 사립대 총장들도 '교육부를 해체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 교육행정에 있어 정당성과 개방성을 항상 문제 삼고 있는데 적어도 대교협과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에서 추천한 총장들이 (교육부) 정책 입안 시 참여하고 결과를 같이 평가하면 지금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리라고 본다."(이승훈 세한대 총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현재 교육부 폐지·축소를 두고 의견차가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 총괄 전담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교육부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교육부가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 이후 여론의 화살이 교육부로 향했다. 당시 나 전 기획관은 한 언론사 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등의 발언을 했다. 파장이 커지자 교육부는 인사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또한 정유라 사태의 불똥이 교육부에도 튀었다. 이화여대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교육부가 이화여대에 재정지원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일부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감사원은 지난 3월 23일 '이화여대 재정지원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과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평단사업)'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 사업 대상 선정 과정에 (청와대와 교육부 등이) 부당 개입하거나 선정평가 종료 후 선정기준을 변경,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정책 추진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구)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학 재정지원사업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8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 구상은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육성사업 포함)'을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사업(ACE 1유형) ▲특성화분야 육성사업(ACE 2유형)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ACE PLUS)으로 개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당초 구상과 달리 2014년 '대학 특성화 사업(CK사업)'을 신설했다. 그리고 또 다시 2년 만에 프라임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을 신설했다. 도 의원은 "교육부 사업이 경제논리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아침, 저녁으로 뜯어고친다는 뜻)식으로 바뀌니 사업은 졸속 추진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누리과정 예산 등에서 끊임없이 홍역을 치렀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풍전등화 신세에 처한 교육부. 대선 이후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교육계와 대학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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