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국정 역사교과서 반발·우려 '한 목소리'

교육부, 현장검토본 공개···진보진영, 우편향성 지적</br>교총도 '수용 불가' 입장···새누리당 제주도당 우려 표명

정성민

jsm@dhnews.co.kr | 2016-11-30 11:22:21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가운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에서 모두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국정 역사교과서 홍보자료에 태극기가 잘못 그려진 것으로 드러나 교육부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부랴부랴 수습과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8일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했다"면서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학계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했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현장교원들이 개발과정에 참여, 열과 성을 다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제시한 국정 역사교과서의 특징은 ▲대한민국 정통성 강조('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변경) ▲북한의 군사도발, 인권문제, 핵 개발 등 상세 서술 ▲역대 정부의 독재 서술 ▲동해 표기의 역사적 연원 제시 등이다.


그러나 국정 역사교과서는 집필진 구성에서부터 문제점이 지적됐다. 즉 교육부가 공개한 집필진에 따르면 현대사 부문 집필진(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가운데 현대사 전공자가 한 명도 없고 뉴라이트(개혁적 보수성향을 가진 신보수주의) 진영 학자(김명섭 연세대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교수 등)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에 진보진영과 야권에서 현대사 부문이 뉴라이트 입맛에 맞게 제작됨으로써 결론적으로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국절을 반영,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건국절은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기로 봐야 한다'는 뉴라이트의 입장이다. 반면 진보 측은 1919년 4월 13일(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대한민국 수립의 해로 보고 있다.

이에 건국절 반영 여부를 두고 현장검토본 이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다만 현장검토본에는 건국절 표현은 빠졌다. 그러나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을 바꾸며 사실상 건국절이 반영됐다. 또한 진보진영과 야권에서는 ▲임시정부의 무장 독립운동 축소 ▲위안부 학살 은폐·축소 ▲제주 4·3 항쟁 왜곡 서술 ▲박정희 정권 독재 정당화 ▲재벌 미화 등도 주장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교과서 실체가 공개됐다. 말 그대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항일 독립 운동사를 축소했다. 냉전 시각 강화 등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 채택했다"며 "현대사 집필진 7명 중 현대사 전공자는 하나도 없고 대부분 뉴라이트 계열이거나 편향된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홍보와 관련, 치명적 실수도 발견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동섭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국정 역사교과서 홍보 그림에서 태극기 괘인 '감'과 '리' 위치가 바뀌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열린 '2016 대한민국 교육기부와 방과후학교 박람회'에서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된 지구본을 기념품으로 제공,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동섭 의원은 "교육부가 태극기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역사교과서를 바꾸면서 태극기까지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는 보수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국정 역사교과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집필 기준 및 내용과 방법 등에 있어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교과서,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다양한 교과서 집필진 구성, 친일·독재 미화와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지 않도록 할 것 등 교총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교총 전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메일 등) 의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제주 4·3 항쟁 서술 부분이 논란이 되자 우려를 표명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이번에 발표된 교과서는 4·3 사건을 단지 3문장으로만 설명했다"며 "지난 20여 년간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4·3 해결의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태극기 오류에 대해 교육부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현대사 집필진에는 정치사, 경제사, 군사사 전공자로서 한국 현대사 해당 영역에서 다수 연구 성과를 제출하고 있는 전문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비록 필자 중 일부가 한국현대사학회에 참가하거나 과거 일부 보수적인 발언을 했지만 이들은 학문적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과정과 편찬 기준에 준거, 집필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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