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교육계·대학가 '혼란'

법 적용 대상과 범위 두고 우왕좌왕···교육 등도 미흡, 대책 마련 절실

정성민

jsm@dhnews.co.kr | 2016-09-12 14:35:18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계와 대학가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법 적용 범위와 대상이 방대하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 A씨는 OO국립대병원에 입원하고 싶으나 대기자가 많았다. A씨는 자신의 친구 B씨를 통해 OO국립대병원 원무과장 C씨에게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원무과장 C씨는 접수 순서를 변경, A씨가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김영란법'에서 국립대병원은 공직유관단체, 학교법인(학교) 소속기관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내부 기준과 사규 등을 위반, 특정인에게 특혜를 부여할 경우 부정청탁에 해당된다. 즉 A씨, B씨, C씨 모두 처벌을 받는다.


#2. 대학생 D씨는 E교수에게 학점 상향을 부탁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D씨가 성적을 올려 달라고 직접 부정청탁을 한 행위는 금지된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 대상은 아니다. 다만 부정청탁에 따라 성적을 올려 준 교수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3. 학부모회 간부 등이 운동회와 현장체험학습 등에서 여러 교사를 대상으로 간식을 제공했다면 '김영란법' 위반일까? 그렇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학부모와 교사는 평소에도 성적과 수행평가 등 직무와 관련 있는 사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주는 선물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교와 의례 등의 목적을 벗어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에서는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3만 원 이하의 식사와 5만 원 이하 선물만 '수수 금지 금품등의 예외사유'에 해당된다. 하지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처럼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는 '김영란법'의 내용이 방대하고, 일부 내용은 해석이 모호하다는 평가다. 실제 한 교사는 "음식물, 선물 등의 사용처가 너무나 광범위해 애매모호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지난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대학교수 1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김영란법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답한 비율이 13.0%에 불과했다. 69.8%는 '대체로 알고 있는 편이다', 15.2%는 '잘 모르는 편이다', 2.0%는 '거의 모른다'고 답했다. '김영란법과 관련된 연수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라는 질문의 경우 '교직생활에서의 구체적인 적용 예시(1155명)'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총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은 대체적으로 알고 있으나 세부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교원이 적었다"면서 "교육에만 전념하는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법 내용과 구체적인 사례에 따른 행동수칙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구체적인 적용 예시'가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학부모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에서는 학부모와 교사를 직무와 관련된 사이로 규정한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김영란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행동한다면 자칫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교 학생이 수학 교사에게 성적 정정을 요청한 경우와 학부모가 성적 정정을 요청한 경우 '김영란법'은 어떻게 적용될까? 학생은 처벌받지 않지만 학부모는 처벌받는다. 권익위 관계자는 "학생은 이해당사자로서 자신의 일을 직접 청탁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반면 학부모가 청탁하면 제3자인 자녀를 위한 부정청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 정 씨는 "학교에서 수시로 안내 문자와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있지만 아직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대학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또 다른 고민거리가 등장했다. 취업 학생들의 출석을 인정한 관행이 부정청탁에 해당되는 것.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한 학기에 일정 기준(4회)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도록 학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학년 2학기에 취업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편의를 봐준 것이 사실. 현재 대학들은 '취업을 결석의 사유로 인정한다' 등의 내용으로 학칙 개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가에서도 '김영란법'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권익위가 게재한 매뉴얼을 교직원들에게 회람시키는 정도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매뉴얼을 봐도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대학이나 대교협 차원의 교육 또는 설명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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