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내홍 장기화 '예고'(종합)

최경희 총장 사퇴 요구 확산···농성 학생들 '감금' 혐의 수사

정성민

jsm@dhnews.co.kr | 2016-08-04 14:45:10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으로 촉발된 이화여자대학교의 내홍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화여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중단을 발표하고 교육부도 이를 수용했지만, 이화여대 학생들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 또한 경찰이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의 감금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다. 이에 경찰 수사가 학교 측과 학생들 간 또 다른 포탄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학교 구성원들 반발에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


이화여대는 지난 3일 "긴급 개최된 교무회의에서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미 선정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화여대는 "이번 결정을 통해 학생들이 바로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또한 앞으로 학교의 주요 정책 결정 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화여대는 지난 7월 15일 '2016년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 추가 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다. 평단사업은 고교 졸업자들이 곧바로 취업을 한 뒤, 추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즉 '선취업 후진학 제도 활성화'가 평단사업의 목적이다. 대학별로 30억 원 내외의 사업 예산이 지원된다.


이화여대는 평단사업 선정에 따라 고졸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LiFE·Light up Your Future in Ewha)대학'을 설립하고 뉴미디어산업전공(미디어 콘텐츠 기획·제작)과 웰니스산업전공(건강·영양·패션)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화여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기존 학생과 신입생의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미래라이프대학 학생들도 수준 이하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7월 28일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폐기 요구가 무산된 후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다.


지난 7월 30일에는 본관에 갇혀있던 대학평의원회 소속 교수와 직원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 학교 측의 요청으로 1000명 이상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학생들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과잉진압', '폭력진압'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이화여대 교수들도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하며,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총장이 경찰력 투입을 직접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졸속으로 이뤄진 직업대학의 설립을 즉시 철회할 것을 학교 당국에 단호하게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이화여대는 일보 후퇴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지난 1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 등 앞으로의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해 반영토록 하겠다. 학생들은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바로 대화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 다만 최 총장은 학생들과의 대화를 위해 본관 점거 농성 해제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학생들은 일정 중단이 아닌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맞섰다.

최 총장과 학생들의 대립이 계속된 가운데 미래라이프대학 반대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실제 지난 2일 미래라이프대학을 반대하는 이화여대 졸업생들의 졸업장 복사본 수 백장이 이화여대 정문 벽에 게시됐다. 이화여대 인문대 교수들도 같은 날 '이화여대 사태에 대한 인문대 교수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은 폐기돼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생들을 사법적으로 처벌하거나 학사징계하려는 모든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교수까지 학교 구성원들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자 이화여대는 결국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중단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 역시 이화여대의 결정을 수용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화여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철회 의사를 공문으로 제출했다"면서 "대학의 의사에 따라 사업 철회를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부 갈등 폭발, 총장 사퇴론 확산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중단으로 내홍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화여대의 내홍은 새국면을 맞고 있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최 총장의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


지난 3일 저녁에는 이화여대 학생과 졸업생 1만여 명(경찰 추산 5000명)이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교내에서 합동 시위를 벌였다. 이날 졸업생 2명이 성명서를 대표로 낭독하며 "졸업생은 학교의 미래라이프대학 철회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학내 사업이 진행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투명한 의사결정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졸업생 대표들은 "학생들과 충분한 소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경찰력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것에 대해 최경희 총장님과 관계자분들께서는 후배인 재학생들에게 '유감'이라는 표현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를 해 달라. 졸업생의 대다수는 이번 사태로 학교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최경희) 총장에게 이화를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최 총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화여대 농성 학생 측 역시 4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3일 졸업생 시위를 지지한다"면서 "(졸업생의) 의견을 존중, 최 총장의 사퇴와 사퇴 확정 공문을 수렴하는 즉시 본관 점거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 최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본관 점거 농성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이화여대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중단을 밝힌 뒤, 최 총장의 사퇴론이 불거지자 그동안 쌓여있던 최 총장에 대한 불만이 끝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가 도입한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CORE, 코어사업)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ogram for Industrial needs- Matched Education·PRIME) 사업(프라임사업) ▲평단사업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화려한 사업 선정 성과 이면에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이공계 중심의 대학구조조정사업인 프라임사업을 두고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비판하며,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고려대·단국대 총학생회 등과 함께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을 강행한 이후 대학의 기초학문이 다른 실용학문과 마구잡이로 융합돼 본질을 잃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을 잃은 채 교육부가 정해주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계획대로 프라임사업을 신청했고 소형사업에 선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화여대가 평단사업에 선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본관 점거 농성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학내 갈등이 마침내 터졌다. 핵심은 최 총장의 소통 부족과 일방적인 행보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를 주장할 당시 "교수를 비롯해 학생, 동문 등 모두가 수긍하기 어려운 중요한 결정이 보직자 및 소수의 관련자들을 제외하고 그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단기간에 급조돼 모든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을 학교 당국은 겸허히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경찰 병력 투입이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이 본관 안에 갇혀 있던 교수와 직원의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학생들과의 대화에 앞서, 경찰 병력 투입 요청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총장님이 직접 나와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도 총장님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30일 오후 12시 총장님께서 직접 오시겠다고 연락을 주셨고 학생들은 총장님과 대화를 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하지만 12시에 도착한 것은 총장님이 아닌 대규모 경찰병력이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화여대는 경찰 병력 투입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처음에는 경찰 병력 투입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대문경찰서 측이 "학교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실을 인정, 불신을 자초했다.


경찰, '감금' 혐의 수사···새로운 갈등 예고


경찰이 이화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감금 혐의 수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새로운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4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본관 안에 갇혀 있던 5명 가운데 4명에 대해 감금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이들은 피해 진술을 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경찰은 채증 자료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와 주동자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확인 작업 이후 학생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내 문제라고 해도 감금이라는 범죄 행위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채증 자료를 분석해 감금 행위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 총장은 이화여대 학생과 학부모, 동문, 교직원 앞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시위 참여 학생들에게는 어떤 처벌이나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화여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경찰의 수사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최 총장에 대한 불신과 이화여대 내홍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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