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개선" vs "의혹 해명 촉구"

교육부, 로스쿨 실태조사 결과···후폭풍 '확산'

정성민

jsm@dhnews.co.kr | 2016-05-03 16:05:14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실태조사 결과 일부 로스쿨에서 지원자가 부모·친인척의 신상정보를 직·간접적으로 기재함으로써 전형요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부정입학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부정행위에도 불구, 합격 취소가 불가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 이에 로스쿨 측은 입학전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계, 법조계, 정치권에서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라는 주문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로스쿨 입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 25개 로스쿨의 3년간(2014학년도~2016학년도) 입학전형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면서 "각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입학전형 절차의 적정성, 전형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스쿨은 2009년 설치 당시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생 선발에 있어 자율이 보장되고 있다.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 부모·친인척의 신상(성명·직장명 등)이 기재된 사례가 적발됐다. 즉 2014학년도에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를 금지한 로스쿨의 경우 10개교,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로스쿨의 경우 15개교였다. 이어 2015학년도에는 기재 금지 로스쿨 16개교, 미고지 로스쿨 9개교였고 2016학년도에는 기재 금지 로스쿨 18개교, 미고지 로스쿨 7개교였다.


또한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 사례는 총 24건으로 이 가운데 5건은 부모·친인척을 비교적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반면 19건은 부모·친인척의 신상정보를 단순 기재, 당사자를 추정 또는 특정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아버지 등 친인척의 성명, 재직시기가 특정적으로 기재되지 않고 대법관, OO시의회 의원, OO청 공무원, 검사장, OO법원 판사 등으로 기재됐다.


특히 당사자를 추정 또는 특정할 수 없는 19건의 사례 가운데 7건(법조인 5건, 시의회 의원 1건, 공무원 1건)은 기재 금지가 사전에 고지됐음에도 불구, 부모 등의 신상이 직·간접적으로 기재됨으로써 지원자가 전형요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성평가(서류심사, 면접) 속성 상 자기소개서 일부 기재사항과 합격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지원자의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해도 비례의 원칙, 신뢰 보호의 원칙, 취소 시 로스쿨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등의 법적 한계로 합격 취소가 어렵다는 것이 외부 법률 자문의 공통된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19건 중 12건(법조인 8건, 공무원 3건, 로스쿨 원장 1건)은 부모·친인척의 신상 등을 기재했어도 기재 금지가 고지되지 않았기에 대학이 정한 전형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률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교육부는 기관 경고, 관계자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로스쿨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로스쿨협의회는 "교육부 입학 실태조사 결과 발표로 그동안 난무했던 로스쿨 입시를 둘러싼 악의적인 추측과 비방이 근거가 없음이 밝혀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지난 8년 동안 로스쿨은 새로운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스쿨협의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이 발견됐고 로스쿨은 교육부의 조사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로스쿨 입학전형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며 "로스쿨협의회는 입학전형의 자율성이라는 대 원칙 하에서 전국 25개 로스쿨 및 교육부와 협의,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발 여론이 거세다. 즉 교육부가 부정행위 사례와 해당 로스쿨을 정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로스쿨 부정입학을 축소·은폐했다는 것. 이에 교육계, 법조계, 정치권에서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 해명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로스쿨 입시부정 의혹 조사 발표는 국민의 정의감을 짓밟고 보통 집안 젊은이들의 꿈을 유린하는 보증된 부패 사슬의 고리를 자임하는 행태"라며 "교육부가 무엇을 두려워해 감추려는지 모르겠으나 자기소개서에 집안 배경을 쓴 것과 로스쿨 입학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로스쿨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들여다 보고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내 로스쿨이 과연 치유 가능한 제도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폐지하는 게 그나마 후대에 죄를 덜 짓는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호소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미 전수(실태)조사 과정에서 전·현직 대법관 등 여러 명의 고위직 자녀가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이나 신분을 의도적으로 기재한 사례와 그 밖에 불공정 입학으로 추정되는 사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당사자의 실명은커녕 해당 대학의 이름조차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사례 중에는 심지어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 받았음에도 이를 위반, 명백히 입시요강을 위반한 사례가 포함돼 있음에도 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발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교육부의 이러한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문제를 덮어 버리기에 급급한 자세"라며 "이번 교육부 전수조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치 입시에만 국한됐는데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은 로스쿨 도입 당시부터 7년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입학생에 대해서도 즉각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가감없이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20대 국회에서 3당으로 등극한 국민의당도 교육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 당은 3일 논평을 통해 "그동안 로스쿨 입학, 취업, 공직 임명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이 있어 왔고 현직 국회의원들이 연루돼 공천 자격까지 박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민들은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면서 "교육부의 실태조사는 로스쿨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돼야 함에도 드러난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점만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로스쿨을 살리는 길은 교육부가 특단의 의지를 가지고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결하는 데 있는 것이지 로스쿨을 감싸서 될 일이 아니다"며 "입시부정 사례에 대한 엄정한 처리가 의구심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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