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코어사업 선정과 함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시동 걸다"
[스페셜 리포트] 탄탄한 인문학 기반 다져진 '전북대학교'
유제민
yjm@dhnews.co.kr | 2016-05-03 11:29:12
어문학 중심에서 지역학 중심으로 교과과정 개편… 사회 수요 맞춤형 교육
학과 간 융합과 연계전공으로 인문-실무 융합형 인재 육성
인문학 심화 과정 통해 본질적 가치 더욱 발전시켜 학문 후속세대 교육·연구역량 강화
대학 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현장과 교과과정의 불일치, 다가오는 학령인구 감소, 대학졸업자들의 구직난 등으로 대학들은 커다란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대학들의 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언젠가 더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될 현실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 중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 이하 코어사업)'은 현재 존폐 위기에까지 몰린 인문학의 기능과 역할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바깥의 사회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무색하도록 정작 대학 내에서는 인문학의 위상이 현저히 하락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코어사업을 통해 이런 인문학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학문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전북대학교는 코어사업 대상 대학으로 당당히 선정됐다. 전북대가 가지고 있는 인문대학의 우수성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전북대는 이에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에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탄탄한 전통과 역사, 전북대 인문대학의 힘
코어사업에는 전북대를 비롯한 총 16개 대학이 선정됐다. 전북대의 코어사업에 대해 대학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전북대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역량에 대해선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낙원 전북대 코어사업 단장은 "전북대는 지역거점 국립대로서 인문학 연구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안정적인 운영 토대와 함께 지역 인문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코어사업 추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북대는 총 11개의 인문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문헌정보학과를 제외한 10개 학과가 코어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북대가 코어사업에 선정된 배경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인문학과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취업에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대학들에서는 인문학과 편성 및 운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문학과의 형태와 규모를 안정되게 유지하면서 운영하는 것은 국립대인 전북대가 어필할 수 있는 역량이다. 최 단장은 "전북대 인문학과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스페인·중남미학과, 프랑스·아프리카학과, 독일학과, 일본학과 등을 운영함으로써 세계 전 지역에 대한 진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것이 코어사업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설명했다.
인문학 연구를 지역과 특화된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전북대의 인문학 역량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지역의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한 필수적 역량을 전북대가 갖추고 있음이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 그리고 지역.' 얼핏 보면 상반돼 보이는 이 두 분야에 전북대는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있다.
어문학 중심에서 지역학 중심으로
앞서 설명했듯이 코어사업은 인문학의 사회적·산업적 가치를 개발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선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어떤 형태로의 개편을 추진하느냐이다. 교육부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개편 방향 지침을 마련했다. '글로벌지역학', '인문기반융합', '기초학문심화' 3가지의 발전 모델이 교육부에 의해 제시됐다.
코어사업에 참여하는 전북대 10개 인문학과 중 글로벌지역학과군에는 스페인·중남미학과 등 4개 학과가 포함됐다. 전북대에서 우선적으로 마련한 계획은 학과 명칭 변경이다. 최 단장은 "어문학과가 대부분인 현재 인문학과는 학과 명칭이 어문학 연구에 치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명칭을 지역학 중심으로 새롭게 변경하고 그에 따라 교과 과정 역시 개편할 것"이라며 변경 배경과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학과'는 '프랑스·아프리카학과'로, '일어일문학과'는 '일본학과'로, '독어독문학과'는 '독일학과' 등으로 명칭이 바뀐다. '서어서문학과'는 예전에 이미 '스페인·중남미학과'로 학과명을 변경한 상태다. 이러한 학과명 변경은 어문학 중심이 아닌, 지역학 중심으로의 연구 및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사회 수요에 맞춘 교과 과정을 개발한다는 코어사업의 기본 지침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지역학 모델을 택한 4개 학과는 학과명 변경과 더불어 대학원에 관련 전공을 신설하며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산학연계 프로그램 강화, 어학실 및 지역정보센터 신설 등의 계획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연계전공 통해 취업역량 갖춘 인문학 인재 육성
두 번째 '인문기반융합' 모델은 10개 학과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인문기반융합 모델은 각 학과를 융합시켜 발전 잠재력을 발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학문의 효과적인 융합을 통해 마련된 '연계전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계전공이란 자신의 본래 전공 외 글로벌지역학 모델을 통해 융합된 다른 학과의 과정 21학점을 이수할 경우에 이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스페인·중남미 학과의 경우는 '중남미 통상 전공'이 연계전공으로서 졸업장에 표기되기 때문에 관련 업체 취업 시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 단장은 각 학과가 단절된 형태에서는 도모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인문기반융합 발전 모델로서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각 학과의 강점과 역할을 융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전북대 코어사업단이 인문기반융합 발전 모델을 통해 꾀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글로벌 지역 통상' 전공을 신설해 올해 2학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글로벌 지역 통상은 각 지역인문학과와 무역학과를 결합시킨 연계전공 모델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중남미 학과와 무역학과를 연계해 '중남미 통상' 전공을 만드는 식이다. 해외지역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해, 그리고 무역·경영학적 지식을 융합한 교과과정을 통해 해외통상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교과 구성의 목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언어구사 능력은 물론 지역 및 문화에 대한 이해력, 무역통상 지식과 이론을 습득시키는 방향으로 과정이 운영된다.
중남미 통상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 통상전공, 일본 통상전공, 독일EU 통상전공 등 4개의 글로벌 통상 전공 과정이 신설된다. 이외에 학문적 성격과 목적에 따라 '공공행정인문', '문화 ICT', '범중화권 문화비즈니스', '유무형문화유산', '영상미디어인문' 전공을 신설할 예정이다.
인문학 가치의 재조명, 전북대의 힘으로 이뤄낸다
'기초학문심화' 모델을 통해 전북대는 인문학 본연의 가치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기초학문심화는 인문학 후속 세대를 위해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모델이다. 자칫 인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거나 상업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하고 학문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설계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전북대는 글로벌지역학과군에 참여하지 않는 6개 학과를 기초학문심화학과군에 포함시켰다.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사학과, 철학과, 고고문화인류학과가 기초학문심화 모델로 발전하게 된다.
이 학과군에서는 학·석사 연계 과정 활성화, 인문석사협동과정 신설, 학술 네트워크 기반 구축, 지역 특성화 인문연구지원 제도 구축, 연구소 중심 연구 활성화 지원 제도 구축, 인문심화 학부 교과목 개발 등의 추진계획이 잡혀있다. "교양 과정에서 인문학 관련 강의 비중을 늘리고 관련 시설을 증축해서 인문학 확산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최 단장은 설명했다.
이와 같은 사업계획으로 전북대는 인문학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굴하는 한편 인문학의 전통적 가치와 역할을 지켜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문학의 고사위기에서 교육부와 각 대학들이 추진하는 코어사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인문학이 위기를 벗어나 위상을 되찾게 될지, 끝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장될지에 대해선 대학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단장은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 날씨가 추워진 뒤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란 말이 있는 것처럼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가 지금에야말로 재조명될 것"이라며 인문학 부흥을 위해 큰 뜻을 세운 전북대의 입장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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