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논란 '재점화'

부정입학 실체 드러나 한때 파문···교비 횡령 혐의도 적발

정성민

jsm@dhnews.co.kr | 2016-03-08 16:28:50

일명 '귀족학교'로 불리는 외국인학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수년 전 외국인학교의 부정입학 실체가 드러나 파문이 일었던 데 이어 검찰이 편법으로 외국인학교를 설립한 뒤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외국인학교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한 것. 이에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자녀와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국내인의 자녀를 위해 설립된 학교다. 현재 서울에 22개교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46개교의 외국인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08년 '서비스산업 활성화 종합대책'에 따라 외국인학교의 국내인 입학 자격을 '해외 거주 5년 이상'에서 '해외 거주 3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외국인학교 설립 주체를 기존 외국인에서 비영리법인과 국내 학교법인까지 확대하는 등 외국인학교의 입학자격과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외국인학교는 '귀족학교' 구설수에 끊임없이 휘말리고 있다. 외국인학교가 조기 유학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재벌 등 부유층과 고위층 인사의 자녀들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물론 연간 등록금의 경우 수천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외국인학교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2012년 10월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와 경제계 등 사회 고위층으로 향하면서부터다. 이어 검찰이 2013년 4월 △학적 세탁 △기부금품 제공 △국적 세탁으로 구분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유형을 공개하면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검찰 발표에 따르면 제약사 대표 J씨, 중견 상장사 대표 Y씨, 골프장 대표 L씨 등은 입학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교에 기부금품을 제공한 뒤 자녀의 입학허가를 받았다. 또한 치과의사, 로펌 변호사의 아내 등 일부 부유층 인사들이 부정입학 알선브로커를 통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부정입학 파문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외국인학교 논란이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강지식 부장검사)가 해외에 서류상 비영리법인을 세워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하고 교비 7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로 D학교 입학처장 이모 씨와 남편 금모 씨 등을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

검찰에 따르면 외국인학교인 D학교는 영국 한 사립학교의 분교로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2010년 9월 설립됐으며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650명이 재학하고 있다. 내국인 비율은 25% 수준으로 수업료는 연간 3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D학교의 본교는 D학교가 명의를 사용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고 커리큘럼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에 학교를 설립할 수 없는 영리법인이 해외에 '유령' 비영리법인을 만든 뒤 편법으로 D학교를 설립했다는 것. 즉 D학교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케이만군도에 있는 영리법인 D사다. 현재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에 의거, 외국인학교는 외국인·비영리외국법인·국내 학교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영리법인이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러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D사는 홍콩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인 비영리법인을 세워 비영리법인을 통해 D학교를 설립했다.

또한 검찰 수사 결과 교육에 투자돼야 할 수업료가 D학교 건물 공사에 쓰인 대출금 상환에 사용됐다. 현재까지 대출금 100억 원 가운데 72억 원이 교비로 충당됐다. 이에 검찰은 '설립 당시 학교법인이나 설립자가 계약을 체결한 시설·설비의 공사비는 법인회계에서 지출하거나 설립자가 부담해야 하며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D사가 D학교의 본교에 지급할 로열티 외에 프랜차이즈 비용 계약을 체결, 매년 학비의 6%를 지급받을 생각이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랜차이즈 비용은 총 36억 원에 이르지만 아직 D사에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인학교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자 외국인학교의 자율성은 존중하면서도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자녀와 장기간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라면서 "치외법권적인 특혜를 누리면서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외국인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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