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부 대물림, 수저계급론’

[기자수첩]유제민 기자

유제민

yjm@dhnews.co.kr | 2016-02-01 16:45:13

'계급'은 우리나라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었다. 공산진영과 오랜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반정부적 색채를 띄고 있는 '계급'이란 단어를 금기시했다. 때문에 '계급'과 같은 표현에 대해서는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보편적인 분위기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계급'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태어난 가정의 부유함 정도에 따라 사람을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나누고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수저계급론'이 크게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태어나는 시점에 이미 운명이 결정돼 버리는 현실을 '수저계급론'을 통해 자조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는 이 '수저계급론'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를 통해 1975년에서 1995년 사이에 출생한 청년들은 아버지의 학력과 직업, 소득수준을 그대로 대물림받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곳은 바로 정부, 그 중에서도 교육당국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교육'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사회에 진출하도록 돼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것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나라의 교육이 오히려 사회계층의 고착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한다.


사교육 시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유층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강남 일대에서는 몸값이 억대에 달한다는 강사를 앞세운 입시학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용이 한 달에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액과외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다. 그에 반해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희망이 사라진 사회에 남겨진 것은 세상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가득차 있는 청년들의 자조뿐이다. 사람들은 이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씁쓸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서글픈 현실을 '흙수저' 같은 표현을 써서 우스갯소리로 만들고 있다.


2010년대에 '계급'이란 단어가 다시금 유행하는 현실은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선 수많은 '흙수저'들이 지나가는 농담처럼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순수한 '농담'일까? '수저계급론'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현실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는지에 관계 없이'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법을 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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