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득인가 실인가"

순기능과 역기능 고려한 근본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 시급

이원지

wonji@dhnews.co.kr | 2016-01-20 11:31:14

빗자루 폭행 등 기간제 교사를 두고 각종 사건 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기간제 교사들의 실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가 아닌 비정규직 교사를 뜻한다. 학교에서는 정원 이외에 정규직 교사의 휴직 혹은 학급의 감축을 우려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못할 경우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계약하고 한 학교에서 최대 4년까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지난해 4월 1일 기준 4만7000명으로 전체 교원 48만9000여 명의 약 10%수준이다. 유치원을 포함한 전국의 기간제 교사는 2010년 2만7000여 명에서 2011년 3만8000여 명으로 늘고 2012년 4만2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1000여 명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매년 기간제 교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 교사들은 불안한 고용, 일명 ‘땜질 근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계약 여부가 학교장 손에 달려있다 보니 정규직이 기피하는 학생지도나 담임 같은 업무를 도맡기 일쑤다. 게다가 교권침해, 인신모독 등 각종 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교육현장에 있지만 보장되지 않은 고용 때문에 학생들, 동료 교사, 사회로부터 차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기 이천경찰서는 교실에서 기간제 교사를 때리고 욕설을 한 이천지역 모 고교 학생 5명 중 A군(17)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A군 등 폭행에 가담한 학생 5명은 수업시간 중 기간제 교사를 수차례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교사의 머리를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교사를 향해 고함과 함께 욕설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 아니다. 충남의 한 중학교 교장이 재계약을 빌미로 기간제 교사에게 돈을 받은 사건, 같은 학교 동료 교사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부산지역 고교 기간제 교사도 있다. 세월호 침몰 때 바다에 빠진 학생들을 구하려다 숨진 단원고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또 대전과 충남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해 온 A교사는 학교 측에서 학기마다 계약을 연장해 12년 동안 계약서만 23번을 쓰기도 했다. 제주도 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측이 폭행 혐의로 담임인 기간제 교사를 고소하고, 교육청은 교권 침해가 발생했다며 해당 학부모를 고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경기도의 한 중학교 기간제 교사는 “부당노동행위는 물론이고 학생들로부터 대놓고 무시를 당해도 참을 수 밖에 없다”며 “여교사들은 재직기간 동안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계약조건으로 강요받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전국기간제교사모임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는 인권보호의 사각지대”라며 “비정규직법안 2년이 보장되지도 않을뿐더러 사립은 1년 잘하면 정교사(정규직) 시켜준다고 노동착취 후 끝내는 헌신짝 버리듯이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기간제 교사의 자질문제도 매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부산에서 고등학생 제자들을 상대로 수차례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고 성추행한 전 기간제 교사가 또 성희롱하다 결국 영장이 청구됐다. 청주의 한 중학교에선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가 학생들에게 통장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돌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대 기간제 교사가 10대 여중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건 외에도 기간제 교사의 자질은 그동안 꾸준히 논란거리가 됐다.


이에 교육부는 2013년 ‘기간제 교사 인력풀제 운영 및 연수강화 방안’을 마련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육아휴직 증가, 교육과정 다양화 등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 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기간제교사에 대한 자질 검증이 부실하다는 현장의 의견에 따라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것. 대전의 경우 지난해 인력풀을 통한 채용이 1명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많아 경쟁이 심한 이유도 있지만 채용 현장은 여전히 ‘인맥’이 좌우한다는 것. 기간제 교사 인력풀 제도에 지원한 경력이 있는 A 씨는 “인력풀 시험 통과 후 국어과목에 2년 동안 지원했으나 여전히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간제교사로 실제 채용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임시 휴직에 들어가는 교원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때 쉽게 채용되는 경우도 봤다”고 푸념했다. 강원지역도 인력풀 등록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초등학교 관계자는 “초교의 경우 여교사의 비율이 많아 출산 등 휴직자 수는 많은데 기간제 인력풀에 등록된 인원은 적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초등 인력풀이 확충되지 않을 경우 해당 제도가 ‘반쪽짜리’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간제교사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고려한 근본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적절한 업무분담과 합당한 처우가 보장된다면 기간제 교사의 순기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EBS수능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모 교사는 “몇몇 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기간제 교사인 경우 직원 소개란에 ‘기간제’라 표시되어 있거나 휴직한 교사와 그 대리 역할을 맡게 된 기간제 교사의 이름이 병기된 경우가 있다”며 “교육수요자가 기간제 교사 여부에 대해 알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고 그들의 알 권리보다 교육주체로서의 기간제 교사가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 교육수요자들에게도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을 교원으로 양성할 것인지 부터 교원의 사회적 지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처럼 사범대 정원에 맞춰 무조건 졸업만 시켜놓고 백수로, 기간제 교사로 내보내는 무책임한 양성 정책은 폐기되고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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