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법 통과가 불편한 이유"

[기자수첩]유제민 기자

유제민

yjm@dhnews.co.kr | 2016-01-11 17:31:18

얼마 전, 뉴스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일이 우리 학교의 교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던 것. 어느 고등학교의 교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일단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교사를 향해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장면이 실려 있었다. 영상을 촬영한 학생은 교사를 조롱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뉴스가 보도된 후 인터넷은 즉시 달아올랐다. 학생들의 몰염치한 행태를 성토하는 글들이 각 커뮤니티에 올라왔으며 떨어진 교권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권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에 대해 많은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에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국회에서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된 지 2년 반 만에 통과시켰다. 교권보호법이라고도 불리는 특별법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 교육당국이 즉각적으로 관련 사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내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실에 대해 학교에서는 즉시 피해 교사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하는 한편 당국에 관련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 등이 교권보호법의 주된 내용이다.


이와 같은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의지다. 추락한 교사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의 힘을 빌리겠다고 정부에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교사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교사들이 예전과 같은 위상과 권리를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법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교사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권위를 억지로 붙들어 맨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문제다. '법'이 아니고서는 교사들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인가.


결국 이러한 법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된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게 된다. 우리는 왜 국회에서 이런 법까지 만들어서 통과시켜야 했던 것일까? 교권보호법의 통과로 교권침해 사건이 다소 감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관련 제도의 취약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제의 원인은 오로지 입시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현장에 있다고 봐야한다. 인성교육을 등한시 하고 입시전쟁 속으로 학생들을 몰아넣은 우리나라 교육이 그 날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입시만이 유일하고 최종적인 목적이 된 교육현장에서 그런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영상에 녹음된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어쩐지 우리나라 교육을 향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교육의 본래 기능은 입시가 아니다. 교육은 사람을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길러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입시전쟁이 교육현장의 일반적인 모습이 되기 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은 '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스승'이라는 존재는 특별했다. '입신양명' 이전에 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철학이 있었기에 스승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교육계는 이번 특별법 통과에 일단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편함을 보이고 있다. 교권의 위상을 지키는 데에 법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씁쓸한 탓일 것이다. 법안의 실효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날로만 추락하는 교권의 위상 회복은 역시 교육현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 학생들을 어떠한 존재로 바라보는지, 어떠한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은지를 교육현장은 확실히 정해야 한다. 학교의 진정한 역할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무작정 교사를 폭행한 학생들을 비난하기 전에 교육현장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사에게 매질을 가한 것이 비단 학생들의 비뚤어진 인성만은 아니라는 것은 교육계는 알아야 한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