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출에 대학 자율 보장 '촉구'
총장 직선제 주장 투신 자살 사건 이후 여론 확산
정성민
jsm@dhnews.co.kr | 2015-08-24 11:15:20
부산대 국문과 고현철 교수는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 부산대 본관 건물 4층에 있는 국기 게양대에서 1층 현관으로 투신했다. 고 교수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분 만에 숨졌다. 현장에서 총장 직선제 이행을 촉구하는 고 교수의 유서가 발견됐다.
앞서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지난 4일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교내 통신망에 올린 성명을 통해 "차기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약속한 총장 직선제를 지키지 못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교수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부산대 교수회는 총장 간선제 절차 저지 입장을 정한 뒤 교수회장이 부산대 대학본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이후 일부 교수들이 단식에 동참했으며 급기야 고 교수가 투신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김기섭 총장이 즉각 총장직에서 물러났으며 부산대는 결국 총장 직선제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고 교수의 투신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장 직선제 논란이 대학가는 물론 교육계,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장 직선제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열풍을 타고 학내민주화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선거 과열, 금품 수수, 파벌 형성 등 총장 직선제에 따른 폐해가 심각해지자 이명박정부 당시 교육부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국립대들의 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특히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와 재정지원사업을 연계시키며 국립대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고 교수의 투신 자살 사건 이후 교육부의 방침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며 총장선출에 있어 대학 자율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이하 교총)는 "현재 법령상으로는 학칙에 따라 총장선출 방법을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 간선제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총장 간선제(공모제)일 수도 있고, 총장 직선제일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대학의 총장 선출방식은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총은 "정부가 제시한 형태만을 강요하며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 불이익을 주는 네거티브적 접근은 정부 정책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 위축과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며 "대학의 발전은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대학의 주된 구성원들이 자율적, 민주적으로 발전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때 이뤄진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은 "교육부는 경북대를 비롯해 공주대와 한국방송통신대의 총장 후보자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故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 사수를 외치며 투신한 후 부산대를 비롯한 거점국립대에서 총장 직선제를 추진하기로 결의하자 총장 직선제를 두고 국립대와 교육부 간 싸움이 본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의원은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교육부의 이유 없는 고집 때문에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교육부는 더 이상의 법정 분쟁 대신 총장 임용 제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육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이하 교협연) 역시 "국립대의 발전을 위해 개혁 목표와 지향점에 차이가 있고, 추진 방법에 대해 교육부와 국립대 간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면서 "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수용한다고 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대의(大義)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교협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의 정책이 국립대 자율성과 대학 민주화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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