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개선해 제도 취지 살려야"
[긴급점검] '입학사정관제 논란' 교육계·대학가 반응
정성민
jsm@dhnews.co.kr | 2014-10-10 13:34:33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류를 허위로 작성,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부정 입학한 사실이 경찰에 의해 적발된 것. 이에 입학사정관제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폐지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교사-학부모' 블랙 커넥션, 폐지론 제기 =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8일 "2013년 대학 입시 입학사정관제에서 수상경력, 봉사활동, 해외체험 등에 대해 허위의 사실로 서류를 작성, ㄱ대학교 한의예과에 부정 입학한 학생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일종의 교사와 학부모의 '블랙 커넥션'이다. 즉 2010년 강서 ㄱ고교 2학년 ㅅ○○ 군의 학부모인 ㅇ○○ 씨(49, 여)는 아들을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ㅈ여고 국어교사 ㅁ○○(57세)에게 부탁을 했다. ㅁ○○ 교사는 학부모 ㅇ○○ 씨 딸의 입시상담도 해줬던 인물로 ㅅ○○ 군은 ㅁ○○ 교사에게 입학사정관제에 필요한 자료 작성 등에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 조작과 금품 제공이 이뤄졌다는 것. 구체적으로 ㅁ○○ 교사는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전국 백일장 및 미술대회'에 ㅅ○○ 군이 참석, 제출할 시 4편을 미리 자신이 작성했다. 그리고 대회 당일 학부모 ㅇ○○ 씨가 ㅅ○○ 군의 이름으로 시를 원고지에 적어 제출하도록 했으며 결국 ㅅ○○ 군은 금상을 받았다. 또한 ㅁ○○ 교사는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ㅅ○○ 군이 봉사상을 2회 받도록 했다. 아울러 학부모 ㅇ○○ 씨와 ㅅ○○ 군의 허위 해외체험 보고서를 생활기록부에 등재시켰다. 학부모 ㅇ○○ 씨는 ㅁ○○ 교사에게 입시자료 제공과 지도첨삭 등의 명목으로 2011년 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2500만 원을 제공했다.
경찰 발표 직후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를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서류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학부모는 "대학들이 서류를 검증할 수 없는 충분한 시간과 여력이 안 된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믿을 만한 입시제도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 제도 개선이 중요, 교육계·대학가 '한목소리' = 이에 대해 교육계와 대학가는 입학사정관제가 갖는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폐지론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장점이 많은 제도인 만큼 문제점을 개선, 보완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서울 소재 고등학교 3학년 교사는 "이번 경찰 발표는 극히 일부 교사가 문제가 된 것이지 교육 일선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 교사의 윤리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좋은 취지를 갖고 시작됐고 실제 성과도 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교과활동과 교내활동이 얼마나 잘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입학사정관제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재우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철두철미하게 교사와 학부모가 조작해 허위 서류를 제출할 경우 진위 여부를 가린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며 "수험생, 학부모, 교사 등이 자체적으로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같은 사례로 입학사정관제의 여러 장점이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병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팀장은 "입학사정관제의 기본 자료인 학생부는 법정장부인 셈"이라면서 "대학에서 신뢰할 수밖에 없는 법정장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대학에서 학생부를 믿지 못한다면 입시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것 아니냐. 입시는 고교와 대학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학생부가 갖고 있는 교육적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검증절차 강화, 교과활동 중심 평가 전환 필요 =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을 개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무엇보다 고교와 대학의 검증절차 강화가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김경숙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건국대 입학전형전문교수)은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학생부이다. 학생부는 교사의 언어로 학교장이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자료여야 한다"면서 "'self 학생부', '부풀린 학생부', '조작된 학생부' 등으로 학생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고교 내 검증절차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 회장은 "전형 간소화가 제출 서류 간소화로 이어지면서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의 제출서류 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가더라도 전형별로 평가에 필요한 제출서류를 충분히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연 지스트대학 입학사정관팀장은 "합격 이후 부정 입학이 밝혀져 학부모와 교사 등이 결국 범법자가 된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면서 "대학에서 서류평가, 면접 평가 등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할 때 다단계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평가를 교과활동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교사를 신뢰하는게 맞는데 조작에 연루됐을 때는 쉽게 찾아낼수 없다"면서 "외부활동이 특히 그렇다. 이번 경우도 (교사가 외부활동 조작에) 적극 관여했다"고 말했다. 안 부소장은 "지금처럼 비교과활동을 계속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지금 비교과활동을 너무 많이 반영하면서 학생들이 준비를 할 수 없고 교사의 부담도 크다. 이제 전환점을 가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취재= 대학팀, 정리=정성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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