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패·휘장 제작업계의 여걸 만학도 꿈 이루다"
[대학가 화제의 인물] 경희사이버대 재학생 김정혜 대표
김기연
kky@dhnews.co.kr | 2014-09-04 10:18:01
올해로 18년째 상패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혜 씨. 61세의 여성 오너로 많은 상패·휘장 제작업체가 자리잡고 있는 종로3가를 지키고 있다. 그녀가 사업을 시작하던 시기엔 여성 오너가 전무했었다. 그런 사업분야에 그녀가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한 화장품 회사의 다양한 업무들을 맡아 대행업을 하게 됐어요. 제품 카탈로그를 만들거나 다이어리를 제작하는 일을 하며 종로를 자주 찾았지요. 그런데 연말에 접어들면서 각종 상패 제작을 의뢰받아 처음으로 크리스탈 상패를 보게 됐어요.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준비했죠.”
김정혜 씨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미적 감각, 서비스 매너를 십분 활용했다. 인쇄, 상패 제작은 제조업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상품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본 개념을 사업에 도입했다. 투박하고 단조로운 상패 디자인에서 벗어나 여성의 시각에서 조금 더 아름다운 부분을 디자인적 요소로 부각한 것도 그녀만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여성이라서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조금 더 좋은 디자인을 선정하고 제안할 수 있고 디자인 업무 및 제작 과정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인하는 섬세함도 여성의 강점이죠. 사업 초기에는 주문을 받아 외주 제작을 주어야 했지만 사업이 안정되고 매출이 늘면서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죠.”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한 김정혜 씨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61세의 나이에도 젊은 디자이너 못지않은 디자인 능력을 현업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한 욕구, 만학도의 열정으로 이어져
“외부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할 때 제가 됐다고 여길 때까지 수정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로웠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배워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디자인 프로그램을 어깨 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학원, 개인 교습을 해보기도 했어요. 제 스스로 업무 진행은 가능하겠다고 여겼는데 그래도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은 늘 있었죠. 그게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콘텐츠디자인학과(구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에 진학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김정혜 씨는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공부하며 경험으로, 실무를 통해 배웠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보다 다양한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 교양, 전공 등 여러 분야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 대기업의 이사가 회사를 방문했을 때 제가 제품시안의 직접 디자인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 나이에도 직접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보니 신뢰도 가고 자신감 있어 보여 좋다고 하더라고요. 창립총회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맡기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틈틈이 생각해 두었던 아이디어로 새롭게 만든 제품들이 인기 상품이 될 때면 그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업무가 끝난 후 밤 9시에 책상 앞에 앉아 새벽 1시까지 수업을 들었던 김정혜 씨. 과제, 평가를 위한 작업이라도 있으면 2~3시는 기본이다. 까마득히 어린 학생들과 공부하며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 같던 새로운 디자인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지난해 졸업 작품 전시회도 누구 못지 않게 성공적으로 치렀다. 고등학교 시절 미대 진학을 꿈꿨던 김정혜 씨. 미디어콘텐츠디자인학과에서 공부하며 미술에 대한 열정을 다시 발견하게 된 그녀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말 내가 원해서 시작한 공부에요. 그래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요. 사이버대학 저학년 때는 늦은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 공부에 대한 설렘으로, 고학년 때는 깊이 있게 알아가고 하나씩 정립해가는 즐거움을 얻었어요. 그리고 이제 저는 새로운 저만의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묘와 세필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5년 안에 세필화로 유명한 중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에요. 나이가 들었다고 ‘난 이제 늙었으니까’라고 생각하면 그 환경 속에 갇힐 수밖에 없어요. 환경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거든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지금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다. 제가 저희 후배들과 저를 롤모델로 삼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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