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스펙’ 기재 금지만이 능사?"

[기자 수첩] 편집국 김준환 기자

김준환

kjh@dhnews.co.kr | 2014-07-07 14:06:25

스펙 쌓기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입을 치러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고등학생들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눈에 띄는 비교과 한 줄을 넣기 위해 스펙 쌓기 경쟁에 뛰어든다. 심지어는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교내 동아리 활동조차 ‘스펙’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펙 경쟁에 내몰린 수험생들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4월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공통양식을 발표했다. 올해 대학 입시부터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에 토익, 토플 등 이른바 ‘외부 스펙’을 기재하면 ‘0점’ 처리가 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외부 스펙은 비단 공인어학성적만이 아니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 한국물리올림피아드, 전국 초·중·고 외국어 경시대회 등 수학, 과학, 외국어 교과의 교외 수상실적도 기재 금지 대상이다.

외부 스펙 기재를 금지하게 되면 스펙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어 사교육 억제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물론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커 공교육 정상화에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외부 스펙 기재 금지가 마냥 긍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고 학생들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왜일까? 커리큘럼이나 비교과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일반고가 특목고·자사고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대부분 특목고·자사고에서 시행 중인 비교과 활동으로 과제연구와 R&E(Research&Education)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과기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서 선호하는 고교 교육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 일반고에서 실시되는 비교과 활동은 동아리 및 봉사 활동, 교내대회 등 선택의 폭이 좁다. 또한 교내에서 진행되는 비교과 프로그램이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설령 특목고·자사고 수준에 버금가는 비교과 활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의 학력 격차로 일반고 학생들은 소화해내기 어렵다는 게 학교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로 지난해 입시에서 비교과 프로그램에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특목고·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유리하다는 근거도 있다. 박성호 새누리당 국회의원 자료에 따르면 비교과 활동을 중요하게 고려한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우선선발 합격자 102명 중 일반고 학생은 단 6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학생부에 외부 스펙을 지나치게 금지하는 것은 일반고 학생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공교육 정상화에 이견을 달리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제대로 발견하기 위한 목적의 교외 활동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고교 시절 학업 외적인 영역에서 경험한 활동들이 학생들의 숨겨진 자질과 잠재적 능력을 발견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이 점을 감안해 ‘외부 스펙 기재 금지’로 행여 놓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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