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 시스템, 선진국에서 배운다"

[대학저널 특별기획] "이제는 지켜줘야 한다"

정성민

jsm@dhnews.co.kr | 2014-05-28 13:48:26

공주사대부고의 해병대 캠프 사고, 부산외대의 리조트 붕괴 사고, 단원고의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우리나라가 ‘사고 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안전처 신설, 관피아 척결, 안전교육법안 발의 등 갖가지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안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대학저널>이 ‘특별기획, 이제는 지켜줘야 한다’ 시리즈 최종회, ‘선진국에서 배운다’를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 국가안전처의 롤 모델, 미국 FEMA =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전처 신설을 밝히면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국가안전처의 롤 모델로 꼽히는 것이 미국의 국가 재난 사태 총괄 기구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다.


FEMA는 1979년 설립된 후 현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 힘든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역할을 수행한다. 9·11 테러와 콜롬비아 우주왕복선 공중 폭파 사고를 비롯해 최근 토네이도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을 당시 FEMA가 움직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엇보다 FEMA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자랑한다. 즉 FEMA는 국가 차원의 콘트롤 타워를 맡으면서 주정부의 재난관리청을 지휘한다. 그리고 주정부의 재난관리청은 카운티(county, 자치주)의 재난관리팀을 지휘한다. 이런 방식으로 FEMA는 국가적 재난에 있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성도 강점이다. 크레이그 퓨게이트 FEMA청장부터 재난·소방분야에서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또한 FEMA는 전문연구소(Emergency Managrment Institute)와 학교기관(National Fire Academy)까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난 관리 및 대응 전문인력 양성과 공급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FEMA 내부에는 갈등해결 전담부서(ADR Division)가 설치, 전문가들이 재난 발생 시 기관 간 갈등에 대처하고 민원해결 등을 담당한다.


막강한 권한도 주목된다. FEMA는 재난 발생 시 연방정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지휘와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실례로 9·11테러 당시 FEMA는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뉴욕시에 전권을 맡겼고 뉴욕시장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관할소방서장에게 초기 구조작업을 맡겼다. 또한 시속 265~320㎞의 토네이도가 강타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퓨게이트 청장을 현장에 보냈고 퓨게이트 청장은 다시 티머시 스크랜튼 소방대장을 연방조정관으로 임명, 피해 복구 사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 실패에서 배운 교훈, 영국 = 사실 미국 등 선진국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완벽한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다. 다만 실패를 교훈삼아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 특징이다. 위기 관리 선진국으로 거듭난 영국이 대표적이다.


“위험 대비는 우리의 일상이 돼야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한 말로 유명하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00년 연료 수급 위기와 홍수 그리고 2001년 구제역 사태 등을 겪으며 국가적인 재해 대책 시스템 구축에 나섰고 이에 위기 관리 실무 총괄 부서인 ‘시민안전 비상대비실(CCS)’을 신설했다. CCS는 테러나 재해 등에 대응하며 2005년 50명이 넘게 사망한 런던 지하철 자살폭탄 테러 때 CCS의 역할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특히 영국의 선박구난관리대표부(SOSREP)는 해상 사고 구조와 수습의 교본으로 꼽힌다. 영국은 1993년과 1996년 대형 선박기름 유출사고 등을 겪으며 해사연안경비청(MCA) 산하에 SOSREP을 설치했다.


SOSREP은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지휘와 감독을 담당한다. 심지어 정부 당국의 개입도 없다. 이는 일사불란하고, 효과적인 지휘와 구조활동을 위한 것이다. 2007년 영국해협을 건너던 나폴리호가 기관실 침수로 좌초 직전이었을 당시 SOSREP은 선원들의 생명을 구한 것은 물론 대형 기름 유출 사고도 막았다. 과거의 해양 사고를 교훈 삼아 발 빠르게 SOSREP을 발족, 대비한 결과다.


■ 철저한 방재교육으로 대비, 일본 = 태풍과 지진 등 재난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는 동시에 일본이 재난관리와 긴급구조 체계를 잘 갖춘 나라로 평가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은 재난관리 및 대응을 위해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중앙방재회의’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중앙방재회의는 재난대책을 조정, 결정하며 방재계획을 작성, 추진한다. 방재계획의 경우 모든 재해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또한 방재계획에는 지진, 쓰나미, 풍수해, 화산폭발, 폭설, 해상재해, 항공재해, 철도재해, 도로재해, 원자력재해, 위험물 재해, 대규모 화재, 산림화재 등 재해별 대책도 포함된다.


일본의 재난대응에서 주목되는 것은 방재교육이다. 즉 일본은 각급 학교에서 과목 또는 특별 활동의 일환으로 방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진이나 쓰나미 등 대규모 재해에 대한 방재교육이 철저하다.


학생이 아닌 시민들의 경우 공공기관과 자치단체 등이 시행하는 방재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시민들도 각종 재해를 모의체험할 수 있도록 시민방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평소에 각종 재해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재해 발생 시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동호 인천대 안전공학과 학과장은 “우리나라가 뼈저린 아픔을 겪으면서도 학습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신속하고 확고한 선진국형 사회구조와 안전의식이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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