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아빠의 역할
DGIST 입학한 아들 둔 신종근 씨
박초아
choa@dhnews.co.kr | 2014-04-29 15:12:07
자칫 ‘바짓바람 아빠’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아빠들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열리는 설명회나 상담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선생님께 아이의 교육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은 없다. 또 아들의 대학 면접에 항상 동행했지만 시험을 잘 봤는지에 대해 일절 묻지 않는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을 늦게까지 기다리고 때로는 야식도 챙겨줄 정도로 아이를 꼼꼼하게 챙기지만 대학진학에 있어서는 조언만 해줄 뿐이다.
이러한 신 씨의 자녀 교육 방식은 대학 진학보다는 아이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준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 씨가 이 같은 목적을 갖게 된 것은 직업과 연관이 깊다. 헤드헌터업체 CEO인 신 씨는 중소기업청의 취업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신 씨가 대학생들과의 취업상담을 통해 느낀 것은 좋은 학벌이 아닌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또 교육에 있어 아빠의 역할은 무엇일까? 신 씨를 통해 부모공부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Chapter1.학교에 믿고 맡기기
신 씨가 말하는 ‘학교에 믿고 맡긴다’란 첫째, 선생님의 수업방식, 교육방식에 동의하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을 제일 잘 알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서 상담을 받게 된 계기도 아이가 밖에서는 어떤 성격이고 어떤 면에 두각을 나타내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둘째, 학교 행사에는 적극 참여하되 학부모 간의 커뮤니티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대학 입시에서 학부모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그렇지만 신 씨는 거기에 휩쓸리게 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부모 간의 정보보다는 현재 아들의 걱정거리, 고민거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처음 입학설명회에 갔을 때 아빠는 저밖에 없더군요.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다 같은 학부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요. 설명회에 참가하고 나니 학부모 커뮤니티에 참여하라는 권유도 있었어요. 다른 아이들의 소식에 관심 갖다보면 저도 모르게 친구들과의 경쟁심을 조장할 수도 있고 비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했죠.”
Chapter2.공부 스트레스 주지 않기
학창시절은 부모들도 다 겪어본 시기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에 대한 압박 때문에 힘들었던 경우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신 씨도 마찬가지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를 생각해봤어요. 시대는 다르지만 공부 때문에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서 아들을 이해하려고 했죠. 아들의 입장이 돼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생각해보는 거예요.” 여기에 덧붙여 신 씨는 아이에게는 ‘공부해’란 말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속으론 ‘공부 좀 하지’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후 늦게까지 줄곧 공부하고 온 거잖아요. 부모가 공부하란 말을 하는 것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온 아이에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혹은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신 씨가 또 하나 제안한 것은 가족끼리의 행사를 만드는 것이다. “상담 때문에 제가 학교에 가는 날을 아들과 맛있는 걸 먹는 날로 정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제가 학교에 가는 날을 기다리더라고요. 거창하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낄수 있도록 했어요. 이외에도 시험이 끝난 날, 면접을 보고 온 날 등 아들에게 의미 있는 날에 맛있는 걸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했어요.”
Chapter3.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
부모라면 아이의 교육에 대해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기 마련이다. 원칙을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는 것. 신 씨의 아들은 DGIST, UNIST, 고려대에 동시 합격했는데 어느 대학에 입학할 것인가에 대해 부모와의 의견이 달랐다. “원래는 고려대에 진학하길 희망했어요. 집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저도 고려대를 나왔기 때문에 선배로서 추천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아이의 의견은 달랐죠. 의외로 대학 진학 결정을 할 때 부모와 의견충돌이 잦은 경우가 많아요. 아들은 DGIST가 무학과제도, 기숙사 생활, 1인 1악기 등 공부 외적인 부분을 많이 지원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어요.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가 가기도 했고 제가 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네 의견대로 해라’거든요.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면 부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관된 태도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잠깐! DGIST는 어떤 대학일까?
신 씨의 아들이 입학한 DGIST는 KAIST, GIST, POSTECH과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다. 대학원으로 출발한 DGIST는 올해 첫 학부생을 모집했다. DGIST를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특전이 주어진다. 전원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4년 동안 등록금이 전액 면제된다. 학기 중에는 학업장려금도 지급된다. 또한 글로벌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1학년 1학기에 치러지는 영어시험에 통과한 학생들에 한해 스탠포드와 버클리 썸머 스쿨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신 씨의 아들 역시 이를 위해 영어시험에 응시, 통과했고 올해 여름 스탠포드대로 연수를 간다.
Chapter4.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실천하기
교육 전문가들은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얻어지는 긍정적 효과와 영향에 대해 수없이 강조한다. 부모라면 당연히 수반해야 하는 일이지만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그치는 경우가많다. 신 씨는 어려서부터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두 가지인데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쌓을 것’, ‘MBA과정을 밟을 것’ 이에요. 그간의 대화 없이 저 조건들을 아들에게 무작정 내세웠다면 이해하지 못했겠죠.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요. 주변 제 친구들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사례로 들면서 타당성을 설명했어요.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아들에게 영어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이공계열 학생들이 나중에 겪게 되는 난관이 바로 ‘경영능력’이기 때문에 MBA를 권유했죠. 이 같은 객관적인 이유를 충분한 시간의 대화를 통해 설명했어요. 아들도 곧 수긍했고요.” 대화가 어렵다면 취미활동을 같이 해보는 것도 좋다. 등산을 하면서, 성인이 된 자녀에게는 주도(酒道)를 가르치면서도 가능하다고 신 씨는 제안했다.
“아빠와의 스킨십이 교육효과 높인다”
아빠가 아이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엄마가 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구 결과를 통해 아빠의 교육활동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영국 옥스퍼드대 자녀양육연구소는 어린이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33세가 될 때까지의 성장과정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버지의 자녀들이 학교 성적도 좋고 사회생활과 결혼생활도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가 자녀양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고 함께 외출하는 일 같은 작은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자녀교육의 해법은 ‘아빠’에게서 찾을 수 있다. 심리학자 블란차드와 빌러는 “아빠와의 접촉이 많은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아빠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자극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대 코텔처크 교수는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한 아이일수록 낯선 사람에게 불안감을 덜 보인다. 아빠와 접촉이 많은 아이일수록 낯선 상황에 잘 대처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엄마의 품을 떠나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아빠가 북돋아준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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