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한일관계 진단- “‘돌고래’ 한국, 멀리 내다보는 역사관 가져야”

이원지

wonji@dhnews.co.kr | 2014-04-10 14:38:26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지난달 네덜란드 한미일 3자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일본이 또 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 발행에 나선 것이 그 이유다.

일본의 아베정부는 역사왜곡은 물론 위안부, 영토문제까지 상대국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정면대립을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안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법. 이에 한일관계전문가인 서울시립대 정재정 국사학과 교수를 만나 한일문제, 그 해법의 실마리를 들어봤다.

Q.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언론을 통해 많이 들었지만 문제가 풀리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 답답하기도 합니다.


A. 역사문제는 인식, 가치관 그리고 미래의 전망까지 겹쳐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성격 자체가 복잡, 미묘하고 어렵습니다. 단칼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영토 그리고 민족 자체가 다른 그야말로 타국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역사문제를 단순하게 접근하니까 쉽게 풀릴 수가 없지요.


Q. 일본이 바라보는 한국은 어떤가요.


100년 전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에서 딱 새우 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느덧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고 이제는 돌고래 정도 되는 위상을 갖추게 됐습니다. 과거 일본과 한국은 수직관계였는데 이제 수평적인 관계가 돼버린 것이지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상황입니다.


Q. 얼마 전 남과 북, 해외의 한인 여성들까지 중국에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지탄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A. ‘위안부’ 문제는 최근에 와서 더욱 부각된 사안입니다. 이유는 아직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곳에서 성폭력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위안부’ 문제는 전형적인 여성인권 침해사례입니다.

이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은 법적 책임과 진정한 사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간의 운동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 정부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8개 사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민간 운동단체의 요구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일본은 ‘위안부’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팩트(FACT)가 왜곡되고 있다고 억울해하며 반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 ‘위안부’가 20만 명이 넘는다, 백주에 총칼을 앞세워 납치하다시피 끌어갔다는 식의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Q. 독도 문제의 경우 정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니까 의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인터뷰 내용을 봤습니다. 이에 관한 정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실효적 지배’라는 표현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표현임을 밝히고 싶습니다. 우리 정부의 기본 방침은 ‘독도에 관한 영토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도는 엄연한 우리 영토입니다. 우리나라 해경도 주재하고 주민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도에 대해 영토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말입니다. ‘영토분쟁’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일본은 분쟁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꾸 독도에 관해 이슈를 만들고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독도의 존재 자체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일본 정치인들이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본격적으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의 견해에 충실하려면 독도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독도문제가 확산되는 것은 우리가 일본을 도리어 도와주는 꼴이 돼버립니다. 영토문제는 국가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더욱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정 교수님께서는 한일공동연구를 주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과 결과가 궁금합니다.


A. 일본은 1982년, 2001년, 2005년 세 번에 걸쳐 역사교과서 문제로 우리나라를 자극했었습니다. 물론 교과서 문제는 검정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매년 불거졌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의 갈등이 심각했죠.

그래서 양국의 수뇌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역사의 쟁점 분야를 연구하자는 쪽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2003년과 2007년에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이 위원회를 실제적으로 이끌며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었지요. 일본에서는 이를 달갑지 않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학자들이 만나 의견을 교환하며 논의할 때마다 언성만 높아지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일과 폴란드의 경우, 역사를 함께 논의하며 정리하는 데 30-40년 정도 걸렸습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Q. 최근 ‘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라는 책을 출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정치가들의 발언, 메스컴의 보도 등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역사 언설에는 진실과 다른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역사는 사실에 근거하여 조심스럽게 말해야 합니다.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감정이 먼저 앞서는 경우가 있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외교, 경제, 문화, 안보 등에서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감정적으로만 대할 수 없지요.

우리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를 보면 해방 이전의 한일 관계사 서술은 50쪽에 달하지만 해방 이후는 한 페이지도 안 됩니다. 해방 이후 한일관계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걸쳐 종합적으로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현대 한일관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집필했으므로 국민의 필독서가 되길 원합니다. 마침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입니다.


Q. 서울시립대가 한일역사 갈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던데요.


A. 1997년 우리 대학 국사학과 교수와 대학원생 총 20여 명이 일본 동경학예대학의 파트너 20여 명과 공동연구팀을 만들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을 비교·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진행했는데 수차례 토론을 통해 매년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최종 결과물인 한일 역사공통교재 ‘한일교류의 역사’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판됐고, 지금도 공동작업의 뛰어난 업적이라고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각자의 역사관만을 주장하는 것보다 공통의 역사관을 이끌어낸 중요한 사례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이 이 같은 전통을 이어가면 한일역사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갈등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어야 할지, 또한 어떤 자세로 대응해야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일 간의 갈등은 높은데서 멀리 바라보면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길게, 멀리, 그리고 높이 한일관계의 역사를 바라볼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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