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로를 불신하게 됐나?”
<대학저널 신년특별기획>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정성민
jsm@dhnews.co.kr | 2014-01-17 11:43:50
#1.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교원 징계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전남의 공립중 교사는 정직 1개월 후 교단에 복귀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몰래 여성을 촬영, 성추행한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는 정직 3개월의 징계만을 받았다.
#2. 교문위 소속 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밝힌 최근 4년간 초·중·고등학교의 교권침해 사례는 총 1만 6568건으로 2009년 1570건, 2010년 2226건, 2011년 4801건, 2012년 7971건, 2013년 1학기 3276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뜻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이제 그 의미를 되새기기 힘든 한자성어가 돼 가고 있다. 스승, 즉 교사를 임금과 아버지처럼 존경하거나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교사들의 권위는 점점 추락하고 있다. 교사들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성추행과 폭언 등이 서슴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교사들은 학원강사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또한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의한 자살도 계속 되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 신뢰가 무너진 시대다.
■‘교사’라는 이름의 양면성=주호영 의원의 분석 결과 2011년부터 2013년 5월까지 교원에 대한 징계의결은 총 1778건이 있었다. 이 가운데 공립교원은 1385명, 사립교원은 333명이 징계를 받았다. 교장과 교감이 징계를 받은 내역도 416건에 달했다. 일반 교사는 1308건으로 나타났다. 징계사유를 보면 음주운전, 성범죄, 금품수수가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교사들의 부정과 범법행위가 단골 메뉴처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물론 일부 사례가 부풀려진 ‘침소봉대’일 수 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교사들의 자화상이다. 실례로 지난해 11월에는 울산의 한 사립고 교사가 자녀의 성적을 조작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최근에는 세종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집단 따돌림을 한 가해 학생에게 강압적인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동시에 교사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날로 급증하는 교권침해가 그 원인이다. 2013년 1학기만 해도 3276건의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폭언·욕설, 수업 진행 방해, 폭행, 성희롱 등이 대표적 교권침해 사례였다. 이러한 교권침해는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내는 교사들마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맛바람에 흔들리는 학교=KBS 2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학교2013>에서는 학부모 대표이자 극중 김민기(최창엽 분)의 엄마인 탤런트 김나운이 교장에게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김나운은 “우리 민기 담임 선생님 기간제 교사라던데, 이번 일도 선생님의 역량이 부족해 생긴 일 같다. 강세찬(최다니엘 분) 선생님은 논술반 말고 담임은 맡지 않나요? 담임을 강세찬 선생님으로 교체해 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에 교장은 “담임 임명권은 제 고유의 권한”이라고 답했지만 결국 강세찬 선생에게 “담임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치맛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이지만 담임 임명권을 가진 교장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할 정도다. 비단 드라마에서만 아니라 실제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경영에 간섭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사회 고위층이나 부유층 집안의 학부모들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폭언, 폭행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빈번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에 따르면 학부모 부당행위는 2001년 12건에서 2002년 19건, 2003년 32건, 2004년 40건, 2005년 52건, 2006년 52건, 2007년 89건, 2008년 79건, 2009년 92건, 2010년 108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학부모 김 모 씨가 자신의 아들을 때린 교사를 무릎 꿇리고 폭행한 혐의(공동상해 등)로 기소된 뒤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교총 관계자는 “5년간 학교장과 초등학교 1학년 담임, 2학년 담임, 3학년 담임을 대상으로 10여 차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가 있었다”면서 “교원의 정당한 학생지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폭언·협박 후 사직 강요, 전근 강요, 담임 박탈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안전사고가 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학교와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과도한 금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가기가 무서운 아이들=경찰청이 지난 7일 발표한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의 2013년 운영 성과’를 보면 2013년에 1일 평균 278건의 신고, 상담이 접수됐다. 이는 2012년 220건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폭행과 공갈 등 신체적 폭력은 감소했고 모욕과 협박 등 언어적 폭력은 증가했다.
학교폭력에 우리 아이들의 상처가 깊어가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학교 선배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고교생이 투신 자살함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경기도 시흥시 A고등학교의 B)군과 C양은 ‘비밀을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 D군의 얼굴과 몸, 뺨 등을 수십 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고 이에 경찰에 의해 불구속 입건됐다.
집단 따돌림, 일명 왕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학교에서의 따돌림이 직장에서의 따돌림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간한 이슈 페이퍼, ‘학교 따돌림과 직장 따돌림의 연관성 분석과 따돌림 방지 방안 연구’(연구자 서유정·신재한)에서는 학교 따돌림에서의 가해자는 직장 따돌림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는 피해자가, 목격자는 목격자가 될 확률이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학교 따돌림을 겪은 후 본인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 면담자들은 타인에 대한 불신과 피해망상, 대인기피증 등을 겪고 있음을 언급했다”면서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로 인해 성인이 돼서도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직장에서 잘 적응하지 못해 다시 따돌림을 겪게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신의 시대를 넘어 신뢰의 시대로=교사, 학부모, 학생은 모두 교육수요자다. 교사가 살고, 학부모가 살고, 학생이 살아야 비로소 교육이 살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불신의 시대를 끝내고 신뢰의 시대를 다 같이 열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사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무능력과 비리행위를 질타하는 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사로서 갖춰야 자질과 인격 함양에 스스로 채찍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교사 양성과 선발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며, 특히 교사들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주호영 의원은 “학생은 선생님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꿈을 키운다”면서 “기본을 갖추지 못하거나 자질이 부족한 선생님들이 교육계에 계속 남아 있을 경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교원들에게는 더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교사들이 교육주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권세우기가 시급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초등학교 여교사를 심하게 폭행한 학부모가 징역 20년형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일반폭행보다 교사폭행이란 점에서 중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는 자율은 보장하되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엄격한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윤관석 의원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행위가 급증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며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메뉴얼을 개발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와 함께 교권침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의식 개선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즉 부와 권력으로 학교와 교사를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은 금물이다. 특히 지나친 교육열로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헤치는 치맛바람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물론 잘못된 학교와 교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교육문제는 학교와 교사에게 일임하고, 후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학부모로서 가져야 할 자세다.
아울러 학교폭력과 따돌림의 피해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학교폭력과 따돌림 방지를 위한 제도적, 법적 기반 마련에 여야가 있을 수 없으며 이해관계도 작용할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학교폭력과 따돌림 방지를 위한 노력에 힘을 합쳐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3년 6월 이후를 전년 동기간으로 비교했을 때는 (학교폭력에 따른) 신고가 감소하는 등 안정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대응을 위한 전문기관의 연계망 구축, 사이버 폭력 대응을 위한 채팅신고 앱 운영 등 신고자 중심으로 117센터 운영을 내실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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