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도입 앞다퉈, 반대 목소리도 커"
연세대·이화여대·서울대 등 RC도입, 기숙 학교 우려도
부미현
bmh@dhnews.co.kr | 2013-10-10 14:11:44
최근 국내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일명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age, 이하 RC)'이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교육시스템인만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것.
연세대학교는 올해 신입생부터 송도캠퍼스에서 RC를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2015년 RC 전면 도입을 목표로 올해 2학기부터 단계별 사업에 착수했다. 서울대학교는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시흥캠퍼스에 RC도입을 논의 중이다. 덕성여자대학교도 최근 한국사학진흥재단와 RC 건립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RC는 한국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학업뿐만 아니라 전인교육, 문화·예술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게 될 것이다."(정갑영 연세대 총장)
국내에 RC 개념이 본격화된 것은 연세대의 RC 도입이 배경이 됐다. 연세대는 송도캠퍼스에서 RC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입생들은 신촌캠퍼스에서 받을 수 없는 맞춤형·밀착형 '3중 학생지도 시스템' 지도를 받고 있다. 전공교수-학사지도교수-RC 지도교수 3명이 연계해 1명의 신입생을 키워내는 방식이다. 특히 RC지도교수의 경우 기숙사(하우스)에 상주하며 학생들이 공부나 생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고 있다. 이외에도 RC신입생들은 다양한 문화·예술·체육·봉사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연세대처럼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유래한 RC는 국내에 들어오면서 학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학업, 봉사활동, 문화체험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 신개념 교육시스템으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학의 신입생들이 1학년 때 입시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다소 학업에 소홀해진다는 점에서 RC는 학생들의 성실한 대학생활을 유도하는 유용한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RC도입을 위한 대학들의 의지와 달리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것.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대규모 인원이 한 공간에 기숙하며 생활하기 위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경우 수도권에 별도의 캠퍼스에서 RC를 운영함에 따라 해당 대학 학생들은 대학 선후배 간의 교류 단절, 통제된 공간에서의 전인교육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RC를 '유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인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는 "RC가 주창하는 전인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자율적·비판적 사고가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RC 도입을 추진 중인 모 대학의 학생은 "수개월간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단체 생활을 꺼려하거나 다른 계획이 있는 경우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국내 RC가 학생들을 한정된 장소에 모아놓고 정해진 커리큘럼 속에서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그야말로 기숙 학교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학이 해외 대학의 RC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형태로 운영하려는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해외 대학들의 RC는 4년 내내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클래스(수업)에서도, 식당에서도, 기숙사에서도 언제든지 함께 토론하고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대학들은 이러한 측면이 아닌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Real SAT 권순후 대표는 "현재는 주객이 전도돼 그냥 기숙사에 몰아 넣는다는 의미로 변질된 것 같다"며 "RC의 목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양성'이며 이런 요소가 채워지지 않은 채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해결하는 데 치중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대학 문화의 특수성을 외면했다는 측면도 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신입생 때 사고와 경험의 반경을 넓힐 수 있는 '탐색'과 '방황'의 시간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내적인 요구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백정하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국내 대학이 1학년이라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그것을 기숙생활을 통해 극복하는 방향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입생들이 자유가 통제되는 데 따른 반발이 있지만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평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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