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공유시대, 대학가가 선도"
일반인에게 무료 온라인 공개강좌 오픈
김준환
kjh@dhnews.co.kr | 2013-10-01 11:56:19
서울대학교는 지난 9월 23일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학교 강의를 무료로 공개했다. 재학생이 아닌 일반인도 서울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강좌’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번에 서비스되는 강좌는 ▲현대철학사조 ▲한반도와 국제정치 ▲물리의 기본1 ▲디자인과 경영전략 ▲로봇공학입문/로봇역학 계획 및 제어 ▲신재생에너지 ▲동물해부생리학 입문 ▲형사소송법 등으로 실제 강의실에서 촬영된 내용이다.
지식 생태계 활성화에 일부 대학 적극 참여
서울대의 열린 강좌는 대학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는 재학생들이 듣는 강의를 일반인에게 무료 동영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는 급속하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공유경제 경험이 사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자는 대학발(發) 새로운 지식생태계 구축이 진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식 나눔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 및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대학의 공공성 강화 움직임과도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정부 차원의 대학 평가에서 강의공개 규모를 점수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강의 공개 움직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대학가의 온라인 강의 공개는 서울대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울산대학교는 지난 2009년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미래사회와 과학기술, 논어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한국생활사, 정치학개론, 세계문화유산 등 5개 강좌의 수업현장을 있는 그대로 녹화해 인터넷에 올려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울산대는 지난 3월부터 애플의 ‘iTunes U’에 ‘정주영 경영론’과 ‘정주영과기업가정신’ 등 정주영학 관련 2과목과 석좌교수 강의 3과목, 우수강의 8과목, 15분 안팎의 ‘짧고 흥미로운 강의’ 등 15개 과목 274개 동영상 콘텐츠와 다양한 학습 자료를 서비스하고 있다.
온라인 공개 강의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이후로 정규강좌의 경우 124강좌 2803개 콘텐츠에 누적 조회수가 148만여 건에 이른다. 이는 울산대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iTunes U’에 개설된 2013년 2학기 과목의 경우에도 중국문화의 이해, 법철학, 정보문화와 현대사회, 경영학원론 등 총 8개 강좌로 각 분야 전공교수들이 강의를 맡고 있다.
숙명여대·한양대, 열린 교육 표방하며 ‘HOWL’·‘SNOW’ 사이트 운영
숙명여자대학교와 한양대학교도 새로운 지식 생태계 구축에 앞서 나가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들은 일종의 오픈 지식 공유 플랫폼인 ‘SNOW(Sookmyung Network for Open World)’와 ‘HOWL(Hanyang Open World for Learning)’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각각 운영 중이다.
숙명여대는 2009년 12월 SNOW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1만여 개의 지식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오픈 지식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1만 6000여 개의 세계적 석학 동영상 강의와 함께 숙명여대 교수가 직접 나서는 467개 동영상 강의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또 숙명여대는 해외 유명 대학이나 기관의 명강의를 주제·제공자·전공별로 분류해 원하는 강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다.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SNOW 지식리더’를 운영해 자막참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온라인 협업을 통한 새로운 지식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자막시스템을 개발해 동영상 강의에 영문자막 및 한글자막 기능을 추가해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용자도 쉽게 영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양대는 2011년 1월부터 HOWL 서비스를 정식 오픈한 이후 누적 조회 수가 99만여 건(2013년 5월 기준)에 달하는 등 온라인 지식 공유의 장으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혀가고 있다. 한양대는 지식 배움터, 지식 나눔터, 지식 가꿈터로 나눠 운영하며 유튜브 채널에 교수들의 정규 강의를 OCW(Open Course Ware)로 개발해 일반인들이 누구든지 무료로 볼 수 있도록 공개해 놨다.
HOWL의 콘텐츠들은 각각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계정을 통해 확산이 가능하며 SNS 이용자의 공유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했다.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HOWL이 추구하는 ‘Social Open Knowledge Platform’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한양대는 지식의 창출 및 공유를 가능케 하는 ‘지식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는다. 교수들의 정규 강의가 OCW 콘텐츠 개발로 이어질 경우 연구비 지원, 교원 업적 평가 점수 반영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현재 한양대는 지식 공유와 나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인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HOWL 사이트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 대학-사회 연결짓는 시민 학습 공동체 구축 동참
온라인 강의를 전용으로 실시하는 사이버대학도 무료 강의 공개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학은 경희사이버대학교다. 경희사이버대는 경희대와 기존의 교육 콘텐츠를 새로운 시각에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콘텐츠·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KONACT-ed’(Kyung Hee Open Network for Actions)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경희사이버대는 교수, 학생,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한편 소셜네트워크가 결합된 플랫폼을 설계해 대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민 학습 공동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달부터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박수택 SBS 논설위원 등 환경분야 전문가와 경희사이버대·경희대 재학생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지구를 식히는 상상력-기후변화 뛰어넘기>라는 오프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경희사이버대는 이번 강의를 포함해 앞으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를 현재 개발 중인 플랫폼에 탑재함으로써 더 많은 시민과 공유교육의 가치를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온라인 공개강좌가 활성화되는 움직임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식공유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지현 경희사이버대 온라인교육지원처장(미디어콘텐츠디자인학과 교수)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무료 온라인 강좌가 주목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각 학교별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가 일반시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 성격이 강한만큼 대학서열이 반영된 엘리트 위주의 교육 강좌가 아닌 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