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가의 두 단면, '희망'은?

비인기 학과 폐지로 경쟁력 강화…중앙대, 배재대 등</br>"'문사철'은 삶의 기본" 철학과 신설하며 '대세' 거스른 단국대

부미현

bmh@dhnews.co.kr | 2013-07-23 16:12:10

최근 우리 대학가에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이 동시에 목격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대세가 되고 있는 '문사철(文史哲)' 학과를 비롯한 일부 비인기학과들의 구조조정이 그 한 가지이고, 다른 한 가지는 폐지 대상으로 여겨지는 학과를 신설하거나 이들 학과를 더욱 강조하겠다는 그 반대지점에 서 있는 대학의 모습이다.


전자는 최근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한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을 비롯해, 한남대, 배재대, 청주대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부 학과의 폐지 또는 개편이다. 중앙대는 인문사회계열의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전공을 폐지하고 경영학부, 경제학부, 경제학과 등의 정원을 늘렸다. 한남대는 철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폐지, 철학상담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경남대도 철학과를 폐지했고 배재대는 국어국문학과를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학과와 통합해 한국어 교육에 중점을 둔 한국어문학과를 신설했다. 청주대는 회화학과를 폐지한 후 '비주얼아트학과'를 신설해 기초학문보다는 실용적 내용을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들 대학은 모두 대학 경쟁력 강화를 학과구조조정의 가장 큰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중앙대는 "대학입학자원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 있는 학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나도향을 배출한 배재학당이 모체인 배재대학교도 국어국문학과 폐지에 대해 "대학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재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개편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에 국어국문학과를 한국어과와 통폐합해 한국어문학과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대학의 생존경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 동정론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학과의 지원자가 줄어들고 취업 등에서도 경쟁력이 타 전공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 전격적으로 철학과를 신설한 단국대의 결정은 일종의 '반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의 대학들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특히 단국대는 장호성 총장이 그 최전선에서 '문사철'을 강조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장 총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철학과 신설에 대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만의 국가관과 생활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양학부에서도 철학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정식 학과가 있어야 철학을 아는 학생을 배출할 수 있다"며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이런 분야는 더 필요해지고, 문사철은 삶의 기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장 총장은 또 “예전에는 막연하게 문사철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말 일상생활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문사철일 수 있다”며 “나도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사람들과 대화할 때 안테나 얘기를 하진 않는다. 대화의 대부분은 사회, 인간관계, 예술 같은 것”이라며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경희대도 후마니타스칼리지 등을 통해 '문사철' 등을 강조하고 있다. 경희대는 "세계의 거의 모든 대학이 경제 논리에 흔들리고 있다"며 "경희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보편가치를 제시하는 학술기관이자, 지구적 난제를 해결해나가는 사회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희대는 2011년부터 교양교육 개념을 재정립한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중심으로 기초·인문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대학들은 현재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대학의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다. 한쪽은 효율과 실용의 관점에서, 다른 한쪽은 전통적인 대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관점이라고 분류할 수 있겠다. 그만큼 이 시대 대학들의 그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도 읽힌다. 훗날 어떤 길을 선택한 대학이 그 목표를 이뤄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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